[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21세 마무리 투수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5대6으로 패배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 아웃카운트 한 개가 너무나 멀었다.
이날 한화는 선발투수로 코디 폰세를 내세웠다. 삼진 4개를 잡으면 탈삼진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 폰세는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은 7회 터졌다. 1-2로 지고 있던 7회초 3연속 대타 작전이 성공하면서 4점을 쓸어담았다.
5-2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 김서현이 올라왔다. 지난달 29일과 30일 마운드에 올라와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던 김서현의 데뷔 두 번째 3연투. 지난 3월27일~29일 첫 3연투 결과는 ⅓이닝-1이닝-1이닝 무실점이었다.
최대한 3연투를 지양하는 한화였지만,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3연투의 여파로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김서현은 첫 아웃카운트 두 개를 모두 초구로 잡아내면서 순조롭게 경기를 끝내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1아웃을 채우지 못했다. 대타 류효승에게 안타를 맞은 김서현은 두 번째 대타 현원회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몸쪽 가운데로 형성되면서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점수 4-5 한 점 차. 불안감 속에 김서현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정준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다시 2사 1루. 이어진 신인 이율예와의 승부. 1B1S에서 한 가운데 몰린 높은 직구를 이율예는 배트 플립까지 하며 마음껏 당겼다. 높은 발사각도로 날아간 타구는 좌익수가 제대로 점프했다면 글러브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좌측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이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서현의 통산 피홈런은 3개. 이날 한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맞았다.
경기를 마친 뒤 김서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화가 경기를 잡았다면 3일 KT전 승리에 따라 LG 트윈스와 '1위 결정전'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패배로 LG 우승, 한화 2위가 확정됐다.
어쩌면 달라졌을 수도 있는 순위표. '3년 차' 21세의 투수가 마주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악몽같은 현실이었다.
김서현은 올 시즌 마무리투수로 1년 차를 보냈다. 3일 KT와 최종전이 남아있지만, 김서현은 33개의 세이브로 KT 박영현(35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2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김서현이 뒷문 단속을 확실하게 해주면서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역전패를 당한 팀이 됐다.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도 9월까지 1위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마무리투수 1년 차 김서현을 향해 끊임없이 힘을 실어줬다. 특히 8월 김서현이 부진할 당시 굳건한 믿음으로 반등을 기다리기도 했다. 당시 김 감독은 "이제 마무리 투수를 하는 선수다. 그런 선수에게 100%를 기대하면 잘못된 것"이라며 "이제 고졸 3년 차다. 아직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6회, 7회 나오는 선수도 부담이 있는데 마무리투수의 그 1이닝 부담은 더욱 크다"며 다독였다.
한화는 정규시즌을 2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됐다. 포스트시즌 기간 적게는 7경기. 많게는 12경기를 치러야 한다. 첫 가을야구를 앞둔 김서현에게는 '명예 회복'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
다만 자칫 트라우마가 될 지 모를 잔상을 없애는 것이 관건.
하루빨리 이날의 악몽을 극복하는 것이 남은 기간 정신적 과제가 됐다. 긴장도가 높아 체력 소모가 더욱 큰 포스트시즌에서 3연투와 같은 구위 하락을 다시 한 번 겪을 수도 있다. 100% 아닌 컨디션에서 헤쳐나가는 요령도 필요하다. 수업료는 비쌌지만 김서현에게 이날의 아픔은 어쩌면 가을야구 드라마를 위한 값진 '예방 주사'가 될 수 있다.
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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