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영국 출신의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문제의 심판'으로 통한다.
한국 축구에도 고통을 안긴 인물로도 유명하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막판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주지 않고 종료 휘슬을 불어 논란이 됐다.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자 레드카드까지 줬다. 그는 카타르월드컵 크로아티아와 벨기에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이 다 끝나기도 전에 종료 휘슬을 불어 문제가 됐다.
테일러 주심은 주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악명이 높다. 판정 논란도 거세다. 영국의 'BBC'가 10일(한국시각) 테일러 주심의 고충을 담은 인터뷰를 공개했다.
1978년생인 그는 EPL에서 약 15년동안 활동했다. 카타르월드컵을 비롯해 유로 2020 등 유럽의 A매치와 클럽대항전에선 '단골 주심'으로 휘슬을 잡고 있다.
테일러 주심은 심판들이 겪는 고통은 완벽함 기대하는 문화라고 꼬집었다. 심판도 인간이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그의 가족은 그가 받는 학대 때문에 더 이상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AS로마 사령탑 시절의 조제 무리뉴 감독을 정조준했다. 테일러 주심은 2022~2023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판정 문제로 당시 무리뉴 감독과 충돌했다. 당시 무려 13장의 경고를 꺼냈다. AS로마는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혈투 끝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의 세비야에 1-4로 패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폭발했다. 주차 공간에서 테일러 주심에게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기자회견에서도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무리뉴 감독은 결국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테일러 주심은 당시 가족과 함께 결승전이 열린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찾았다. 이튿날 공항 출국장에서도 AS로마 팬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그는 "내가 겪었던 학대 상황 중 최악이었다. 당시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경기 중에 큰 실수가 없었던 그런 경기에서도 말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초점을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느꼈다. 그것은 실망, 좌절, 분노의 큰 원천이다. 왜 그게 허용되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들도 누군가가 돌아서서 자신이나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게 실수였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그 이후로는 가족들이 경기장에 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의 행동이 팬들에게 영향을 미쳤나를 묻는 질문에는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테일러 주심은 또 "일반적으로 축구 문화는 '우리는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경기 후에 거짓 이야기를 퍼뜨리고 악의적인 음모론을 퍼뜨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하는 요즘 엄청나게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한다"고 아쉬워했다.
VAR(비디오판독)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것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어떤 주에는 사람들이 'VAR이 너무 과학적으로 판단되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말한다. 다음 주에는 'VAR이 왜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지'라고 말한다"며 "우리는 가끔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논리적으로 기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심판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 테일러 주심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리그의 중심에 서 있는 거다"라고 웃었다. 다만 언제까지 계속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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