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포스트시즌서 연일 호투하고 있는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가 장기적으로 선발로 돌아가지 않고 불펜에 남아 마무리 보직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사키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NL 디비전시리즈(DS) 4차전서 1-1이던 8회초 등판해 연장 10회까지 3이닝 동안 9타자를 모조리 범타로 잠재우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다저스는 사사키의 구원 호투를 발판 삼아 2대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NL 챔피언십시리즈(CS)에 진출했다.
압권은 사사키의 불펜 호투였다.
투구수 36개 중 26개가 스트라이크였고, 16개를 던진 포심 직구 스피드는 최고 100.7마일, 평균 99.5마일을 나타냈다. 18개를 던진 스플리터는 42%의 헛스윙률(12개 중 5개)를 기록했고, 전체 헛스윙률은 32%(25개 중 8개)였다.
MLB.com은 '사사키가 구원으로 변신한 뒤 1이닝을 초과해서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인데, 선발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라며 '사사키가 그에게 여전히 상대적으로 낯선 보직인 불펜투수로 자주 나설수록 다저스가 지난 오프시즌 그를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모습과 더 많이 닮아가고 있다'고 논평했다.
향후 사사키가 선발투수로 돌아가지 않고 마무리로 다저스 불펜을 지킬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사키는 지난 겨울 포스팅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구단들 중 다저스를 선택해 사이닝보너스 650만달러를 받고 입단했다. 하지만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된 뒤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72으로 부진을 보인데다 오른쪽 어깨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아 결국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그리고 4개월 넘는 재활과 마이너리그 등판을 거쳐 지난달 25일 복귀한 그는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꿔 성공적으로 정착한 모습이다.
사사키가 이렇게 불펜투수로 최정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원동력은 100마일대 직구 구속을 회복하고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섞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헛스윙 비율을 높인 때문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4경기에서 2세이브에 5⅓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내주고 무4사구 무실점 5탈삼진의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정규시즌 2경기를 포함하면 6경기에서 7⅓이닝 2안타 무4사구 9탈삼진 무실점.
사사키의 보직 변경은 시즌 내내 불펜이 불안했던 다저스에는 '신의 한수'가 되고 있다.
지난 겨울 4년 7200만달러에 데려온 태너 스캇과 2년 2200만달러에 재계약한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올시즌 최악의 피칭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다저스는 27번의 블론세이브와 33번의 구원패를 안는 수모를 당했다.
사실 사사키가 이렇게 불펜 에이스로 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사키가 필요한 시점에 마무리를 맡아 팀을 NLCS까지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투수 타일러 글래스나우는 "복귀한 뒤로 불펜으로 변신한 사사키는 솔직히 내가 본 최고의 투수다. 구위는 믿기 어려울 정도이고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논다. 시즌 초 그의 투구를 감안하면 내가 본 중 가장 미친 변신이 아닐까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내야수 키케 에르난데스는 "그에 관해 얼마나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주 전만 해도 그가 이 자리에 있을 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는 지금 이곳에서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오늘 3이닝을 셧아웃하며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면서 "그가 시즌을 시작할 당시 가졌던 기대치가 있었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진가를 보인다. 탄탄대로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우리는 지금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에서 불펜이 보여줄 수 있는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사키를 통해 정말 특별한 뭔가를 보고 있다. 지난 오프시즌 그를 놓고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진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가장 큰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사사키 본인도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그는 "아주 좋은 긴장감을 갖고 던졌다. 그건 스트라이크존에 관한 느낌이 아니라 내가 신뢰할 수 있는 기술적인 요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믿음이 잘 던질 수 있도록 집중력과 침착함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