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은 지난 10일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한동안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패딩 점퍼의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봤다. 이강인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도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많은 팬들께 응원해달라고 했다. 많은 분이 관심을 주셨는데 너무 죄송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한민국 축구는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에 0대5로 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브라질과는 체급 차이가 너무 컸다. 이강인은 3-4-2-1 포메이션의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81분을 소화했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영리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파울을 유도하거나, 넓은 시야로 동료의 공격 기회를 열어줬다. 상황에 따라선 3선까지 내려와 수비에도 힘을 보탰다. '브라질 캡틴' 카세미루(맨유)는 이강인을 막기 위해 연달아 태클을 했다. 경기 뒤 축구 통계 전문 업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한국 선수 중 최고인 평점 6.8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웃지 못했다. 경기 뒤 이명재(대전하나시티즌) 등 동료는 물론이고 코칭스태프가 그를 다독이며 가까스로 일으켜야 했을 정도다.
이강인은 "월드컵에 가서도 똑같이 강팀을 만날텐데 결과를 잘 내야 한다. 월드컵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경기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최고의 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고, 선수들은 모든 부분에서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연령별 대표팀 때부터 에이스 역할을 했다. 특히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핵심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는 '홍명보호'의 중심 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역할이 늘었다. 한때 '막내형(나이로는 막내지면 축구를 가장 잘한다)'으로 불렸지만, 어느덧 '막내즈 대장(막내 라인 중 선배)'으로 승격했다. 이번 대표팀에도 2002년생 엄지성(스완지 시티) 이태석(오스트리아 빈) 이한범(미트윌란) 정상빈(세인트루이스 시티), 2003년생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2004년생 김지수(카이저슬라우테른) 등 후배가 많다. 이강인은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훈련하는 등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강인은 14일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승리를 노린다. 파라과이는 FIFA 랭킹 37위로 한국(23위)보다 낮지만,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한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아르헨티나(2대1 승), 브라질(1대0 승) 등 강팀을 한 번씩 잡는 저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짠물수비'로 상대를 괴롭혔다. 파라과이는 남미예선 18경기에서 단 10실점했다. 에콰도르(2위·5실점), 아르헨티나(1위·10실점) 등과 맞먹을 정도의 수비력을 보였다. 상대의 촘촘한 수비를 뚫기 위해선 이강인의 정교한 플레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강인은 "앞으로는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조금 더 기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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