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주 동안 아예 공을 잡지 않았다. 이제 조금씩 팔을 풀고 있다."
한 시즌에 82경기 등판. 시즌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정현수는 "이닝은 대학 시절에도 많이 던져봤는데, 그땐 선발이었다. 올해처럼 매일매일 등판을 준비하고, 또 자주 던져본 건 처음"이라고 돌아봤다.
정현수는 김강현과 함께 올해를 빛난 '라이징스타'로도 선정, 구단에서 기념 유니폼이 발매될 예정이다. 정현수는 "제가 받아도 되는 영광인지 모르겠다. 감사드린다"며 활짝 웃었다.
프로 2년 차인데다 롯데가 연승을 달리는 기간도 있었다보니 더그아웃에서 웃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작년엔 나 자신에게 쫓기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는 팀의 승리 하나하나에 내 역할도 있고, 팀 분위기에도 좀더 녹아든 것 같다. 함께 웃고, 팀이 이기는 날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만약 롯데가 가을야구에 올랐다면 핵심 자원으로 이름을 올렸겠지만, 아쉽게도 롯데는 8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의 쓴맛을 봤다.
역대 최다 경기 등판기록은 류택현(2004, 50⅓이닝)과 정우람(2008, 77⅔이닝)이 보유한 85경기. 대기록 직전에 멈췄다.
올 시즌 등판 횟수 1위다. 김진성(78경기) 노경은(77경기) 김진호(76경기) 정철원 이로운(이상 75경기) 등에 앞섰다.
사실상 원포인트 릴리프에 가까운 활용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정현수를 좀 더 길게 쓰고 싶은 속내를 여러번 내비쳤지만, 팀내 좌완 불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믿는 투수를 좀더 자주 기용할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그래도 정현수에겐 적지 않은 성과와 배움을 얻은 한해였다.
47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12홀드 평균자책점 3.97, 지난해(18경기 23⅔이닝)와는 전혀 다른 무게감을 부여받았다.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하면서 부상 없이 마무리했다는 의미도 크다.
올시즌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5실점' 굴욕을 겪은 7월 5일 KIA전, 그리고 연장 11회에 등판해 2타자 연속 삼진을 잡고 팀 승리를 이끈 8월 28일 KT 위즈전을 꼽았다. 정현수는 "KT전은 아직도 생생하다. 결과가 너무 좋아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반면 KIA전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을 쉬었다.
"처음엔 내 루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던졌다. 그런데 KIA전 즈음부터 투구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시즌이 반도 안 지났는데 벌써?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준비를 잘 못했구나' 싶어 다시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다시 1경기 1경기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80경기를 넘었다."
보다 효율적으로 훈련하는 법을 알게 됐다. 대학 시절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몸을 풀었지만, 지금은 빠르게 몸을 푸는데도 익숙해졌다. "(김)원중이 형, (구)승민 선배님께 감사드린다. 매일 준비해야 하고, 언제 나갈지 모르는 보직이니까, 내 역할에 맞는 캐치볼의 횟수나 강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는 속내도 전했다.
"오늘 1군에서 던졌다고 내일도 1군이 보장된 투수는 아니지 않나. 한 경기, 1이닝, 1아웃 모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던졌다. 시합 나가는 자체로 기분이 좋다. 그만큼 팀이 날 필요로 한다는 뜻이니까.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친 점에 만족하고, 2주 정도 공을 잡지 않았다. 지금도 신경써서 조금씩 아주 약하게 시작하고 있다."
데뷔 때부터 '불꽃야구'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응원과 선입견이 교차했다. 2차 2라운드라는 지명 순번에도 의심의 시선이 쏠렸다.
정현수는 "내가 잘해서 보여드리면 된다. 좋은 선수라는 인정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닐까. 결국 내가 할 일은 야구다. 부담을 갖거나 의식하지 않고 야구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내년엔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처음 1군에 왔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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