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 11년차인데 1군 기록은 처음이다. 부모님과 아내의 축하를 받았는데, 아마 아내는 울었을 거다."
지난 5월 데뷔 첫승을 올린 뒤 전한 뜨거운 속내다.
2승2패 4홀드. 누군가에겐 초라한 한 시즌 성적일지 모르지만, 롯데 자이언츠 김강현에겐 더없이 소중한 숫자들이다.
프로 무대에서 11년을 버틴 끝에 '봄'이 왔다. 비록 '가을'은 아쉽게 놓쳤지만, 육성선수 출신 30세 대졸 투수는 가족 모두가 함께 따뜻한 추석을 보냈다.
67경기 72⅓이닝, 올시즌 팀내 불펜투수 중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멀티이닝 리그 1위(26경기)를 기록하며 마당쇠로 뛴 덕분이다. 무엇보다 단 한번도 2군에 가지 않을 만큼 사령탑의 확실한 신뢰를 받았다.
구단 안팎에서 김강현의 내년 컨디션 관리에 신경쓰는 시선이 많다. 김강현은 현재 공을 쥐지도 않는다. 유산소를 비롯한 기초 훈련에 전념할 뿐이다. 그는 "마무리캠프를 가게 되면 공을 던지기 시작할 것 같다"고 했다.
포수 출신 투수. 이전까지 포수로는 2020년 5경기 4타석, 투수로는 2023년 2경기 3이닝이 전부였다. 입대 당시 방출됐다가 재입단하는 등의 우여곡절도 있었다.
하지만 평균 145㎞에 달하는 빠른공과 좋은 투구밸런스에서 나오는 안정된 제구력, 그리고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체력을 높게 평가한 김태형 감독의 중용으로 입지가 달라졌다. 지난해 26경기 25⅓이닝을 던졌고, 올해는 일약 불펜의 중추 중 한명으로 떠올랐다. 경우에 따라 필승조까지 소화하는 만능 투수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먹어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빠르게 범타를 쌓아나가는 솜씨가 돋보였다. 김강현은 "볼볼볼 안하는 게 감독님 마음에 든게 아닐까? 이렇게 실전에서 나 자신을 많이 보여준 건 처음 있는 일이라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부터 좀 느껴보겠다"며 미소지었다. 투심 외에도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돋보이는 그다.
그는 "투수로 전향한지 이제 5년쯤 됐다. 투수의 고충을 진심으로 이해한 해가 아닐까. 아직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속도 좀 더 끌어올리고, 다른 투수들의 장점을 항상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나균안과 함께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대표적인 선수가 됐다. 김강현은 "올해 둘이 이어던진 적이 한번도 없다. 균안이가 앞에서 막아주고, 내가 뒤에서 지켜내는 경기를 한번 하고 싶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1⅔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던 7월 19일 잠실 LG전을 꼽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다. 김강현은 "엄청 미끄럽고 투수가 던지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는데,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라고 회상했다.
"내년에는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스플리터 같은 구종을 던져보려고 한다. 그래야 좀더 중요한 상황에 던지는 투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원중이 형의 포크볼이 가장 끌린다."
가족을 떠올리자 김강현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그는 "첫승 올렸을 때, 홀드 했을 때 아내가 너무 좋아해서 고마웠다. 항상 잘 챙겨줘서 고맙다. 아들 도윤이도 야구선수 아들답게 야구장에서 잘 뛰어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낸 만큼 롯데의 가을야구 좌절은 더욱 아쉬움이 크다. 올해 정규시즌 1위팀 LG의 승률이 6할3리, 꼴찌 키움이 3할3푼6리였는데, 롯데는 마지막 38경기에서 8승27패3무로 2할대 초반에 그치며 7위로 내려앉았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8년 전인 2017년이다. 부상에 시달렸던 김강현에겐 특별한 기억조차 없는 해다.
"기 죽지마라 응원해 주는 팬들의 말에 힘을 얻는다. 올해 가을야구를 가지 못해 죄송스럽다. 이젠 열심히보다는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반짝'이 아닌 꾸준한 모습,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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