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응원 많이 해주세요."
개막전을 앞둔 감독 브리핑이 끝났다. 기자석으로 이동을 준비하던 취재진을 향해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은 미소와 함께 한국말로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까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의 기초적인 한국말만 구사할 뿐 항상 통역을 대동하는 요시하라 감독. 미리 준비해온 멘트였다.
'디펜딩챔피언' 흥국생명은 올시즌을 앞두고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배구황제' 김연경이 은퇴했다. 3년간 팀을 이끌며 마침내 지난해 우승까지 품에 안았던 마르첼로 아본단자 전 감독이 떠나고, 일본리그를 4차례 제패했던 명장 요시하라 감독이 부임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김연경에 대해 "감독도 잘할 사람이다. 향상심이 강하고 모두를 이끄는 리더십과 강한 멘털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대단한 노력파"라면서도 "아직은 선수로 더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웃었다. 김연경에게도 "3라운드까지만 오면(등록하면) 된다"며 미련을 보였지만, 김연경이 '은퇴 번복은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고.
흥국생명은 앞서 김연경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압도적인 차이를 경험한 바 있다.
김연경은 데뷔 직후 4시즌 중 3시즌 동안 흥국생명에 우승을 안겼다. 이후 해외로 진출, 일본 JT 마블러스, 터키 페네르바체와 엑자시바시,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등에서 뛰었다.
2020년 흥국생명으로 복귀해 한 시즌을 뛴 뒤 다시 중국 상하이로 돌아갔다. 2022~2023시즌 흥국생명으로 다시 돌아와 기어코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일궈낸 뒤 은퇴했다.
김연경이 없었던 2021~2022시즌 흥국생명의 평균 관중 수는 133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연경이 돌아온 2022~2023년 단숨에 4539명으로 불어났고, 이후에도 매년 평균 4000명을 넘겼다. 여자배구가 열리는 경기장 중 유독 큰 삼산월드체육관은 연일 관중으로 가득 찼다.
때문에 흥국생명과 요시하라 감독의 과제는 김연경이 은퇴한 뒤에도 그에 못지않은 성적과 더불어 관심과 인기를 얼마나 유지하느냐 여부다.
일단 김연경과의 연결고리는 남아있다. 김연경이 자신의 이름을 건 배구 예능을 런칭하는 등 여전히 배구인으로 살고 있고, 흥국생명과도 어드바이저 계약을 맺었다. 매 홈경기마다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을 예정이다.
첫 걸음은 잘 뗐다. 흥국생명의 진에어 2025~2026시즌 개막전(vs정관장)과 김연경의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이 열린 지난 18일, 경기 직전까지 자리가 제법 비어 관계자들을 걱정케 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관중들의 입장은 계속 이어졌고, 김연경의 은퇴식 때는 챔피언결정전 못지않은 열기로 가득찼다. 구단에 따르면 이날 입장한 관중은 무려 5401명에 달한다. 과연 '핑크빛 팬심'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일단 첫 단추는 잘 뀄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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