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가을의 질주를 아쉽게 마감할 뻔 했다.
원태인은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4구를 던지며 홈런 포함, 6안타 3탈삼진 4실점 했다.
0-4로 뒤진 6회부터 가라비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최후의 보루가 가을야구 처음으로 리드를 빼앗긴 채 내려온 상황. 더그아웃이 침울해졌다. 원태인도 "아, 여기까지인가보다 했다"고 느꼈다던 순간.
하지만 원태인의 가을야구는 연장의 희망을 찾았다.
'진짜 가을영웅' 김영웅이 6회 동점 스리런, 7회 역전 스리런의 연타석 홈런포로 7대4 역전승을 이끌었다.
믿을 수 없는 영웅이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 같았던 짜릿한 승부.
원태인은 "후라도랑 우리가 역적이다 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2게임만 더 던지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힘들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끝은 봐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차에 영웅이의 홈런이 터졌다"며 놀라워 했다. 이어 "5차전 우리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패승승패승승을 하더라. 영웅이 미친 활약에 기회가 다시 왔다. 5차전 승리하면 몸 잘 만들어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10경기를 치른 '패승승패승승패승패승'으로 생존해왔다. '패승승'이 두번이었으니 5차전 승리로 삼성의 윤율로 만들고 한국시리즈로 가겠다는 기원이다.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 원태인은 또 한번 절체절명의 순간, 운명을 걸고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두번 연속 우천 중단 후 재개 여파와 가을야구 10경기째, 살짝 지친 타선도 초반 침묵했다. 그 와중에 새로운 가을 천적 문현빈에게 당했다.
1회부터 선제 실점이 불안감을 가중했다.
1회초 힘찬 150㎞ 빠른 공으로 출발했지만 1사 후 리베라토를 좌전안타로 내보낸 뒤 문현빈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원태인은 바로 안정을 찾았다. 4회까지 실점 없이 순항했다.
0-1로 뒤지던 5회 판단미스 하나가 화근이 됐다. 선두 최재훈을 안타로 출루시킨 원태인은 심우준의 희생번트 타구를 2루에 송구했지만 세이프가 되면서 무사 1,2루. 손아섭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에서 리베라토를 2루 땅볼 유도하면서 실점을 막았다. 문현빈에게 2B2S에서 148㎞ 직구를 넣다 우월 3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정규시즌 9타수1안타(0.111)로 우위를 점했던 타자에게 4타점을 모두 허용하고 말았다.
원태인은 경기 후 "1점 차 타이트한 상황이고 느린 주자라 내 앞으로 오면 2루에 던지려고 했다. 나름의 승부수였는데 결과적으로 무리한 시도가 돼 실패했지만, 야수들이 만회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5회를 84구 만에 마친 원태인은 포수 강민호와 포옹을 하고 임무를 마쳤다. 0-4로 벌어지며 넘어가는 듯 했던 경기는 원태인이 가라비토에게 마운드를 넘긴 뒤 반전이 일어났다. 6회 구자욱의 적시타와 김영웅이 김서현을 상대로 동점 스리런 홈런을 뽑아내며 단숨에 4-4 동점으로 원태인의 패전을 지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준플레이오프 3차전 등 절체절명의 고비마다 우천 중단 속에서도 꿋꿋하게 에이스 본색을 발휘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던 에이스. 두차례의 우천 중단 후 100구 넘는 투구로 누적된 피로가 지연 등판에 이어 최다실점을 불렀다. 원태인도 인간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크게 뒤지지 않는 초반을 만들어줬다. 뒤에는 진짜 영웅 김영웅이 있었다.
5차전을 이겨야 2번을 더 던질 수 있다. '혹시 5차전 불펜대기?'를 묻자 원태인은 웃으며 "저보다는 다른 투수들이 더 나을 것 같다"며 응원대장 역할을 다짐했다. 우천 중단 후 '106구→105구→지연등판 속 84구'. 원태인도 사람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