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50억원 선수들 없이 싸우는 한국시리즈.
프로 야구단이 모기업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선수 영입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성적. 그 성적을 내게 위해 선수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뿌린다.
그래서 이번 가을 한화 이글스의 도전이 흥미롭다. 한화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피터지는 싸움, 플레이오프 결과 3승2패로 겨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은 무려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이다. 이전 4번의 싸움에서는 승리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팀도, 감독도 맺혔던 한을 풀기 위한 한국시리즈다.
그런 가운데 한화는 1차전을 하루 앞둔 25일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건 엄상백의 탈락.
엄상백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포함됐다. 하지만 2차전 불리한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이 이어 나와 무실점을 하는 가운데 8회 마지막 투수로 등장해 강민호에게 쐐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그 다음 자취를 감췄다. 매 경기 숨막히는 박빙인 가운데, 엄상백이 나설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결국 한국시리즈는 아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큰 경기에서 투입할 가치가 전혀 없다는 걸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누가 엄상백이 이런 수모를 겪을 거라 예상했을까. 지난해 KT 위즈 소속으로 13승10패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4년 총액 78억원이라는 엄청난 조건에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일찌감치 선발진이 탄탄한 한화였기에,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4~5선발 위치에서 꾸준히 던지며 10승 정도 해주면 최상이었다. 사실 다른 구단이 78억을 투자했다면 에이스급 역할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였기에, 여유가 있었고 이는 엄상백에게 엄청난 행운이었다.
하지만 엄상백은 그 부담감마저 이기지 못하고, 올시즌 죽을 쒔다. 김경문 감독은 불펜으로 돌리는 등 어떻게든 엄상백을 살려보려 애썼고, 플레이오프 엔트리까지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우승이 간절한 상황에, 더 이상 고액 연봉 선수의 아픔까지 다독여줄 수는 없었다. 김 감독은 김종수, 윤산흠 두 불펜 투수를 불러 마운드를 두텁게 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베테랑 타자 안치홍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부터 제외시키는 강수를 뒀다. 한화와 계약할 때 몸값만 78억원인 선수다. 어떤 지도자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수다. 김 감독 역시 올해 경기력이 뚝 떨어진 안치홍을 어떻게든 부활시켜보려 애썼다. 하지만 프로 세계에서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데, 무턱대고 계속 선수를 기용할 지도자는 없다. 김 감독도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사람 몸값 총액만 해도 150억원이다. 이 두 사람이 없는데도 한화는 한국시리즈에 갔다. 비효율적인, 계산 없는 투자라는 비판을 하기 전에 일단 한국시리즈에 갔으니 우승만 하면 성공이다. 결국 우승하기 위해 돈 쓴 것 아닌가. 여기에 두 사람이 없어도, LG가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이어도, 한화가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오며 힘에 부치고 선발 로테이션이 꼬였어도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한화의 뎁스가 두텁고 전력이 좋다는 의미다.
다만 시즌 후 한화의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안치홍을 데려올 때부터 채은성 등과 포지션 중복 문제가 지적됐는데 한화는 영입을 강행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엄상백, 심우준을 데려올 때도 오버페이 얘기는 끊이지 않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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