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구단 최고 책임자가 대놓고 비판한다면 기분 좋을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 경우 구단이 노리는 건 두 가지다. 해당 선수의 각성 아니면 트레이드다.
두 차례 MVP에 빛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브라이스 하퍼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데이브 돔브로스키 사장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하퍼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난 이곳에 온 이후 필리스를 위해 내 모든 걸 헌신했다. 그런데 트레이드 얘기가 나온다고? 난 트레이드 소문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트레이드는 내가 내셔널스에 있을 때 숱하게 들었다. 너무 싫다. 날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지난 17일 현지 매체들과 진행한 시즌 결산 인터뷰에서 "하퍼는 좋은 선수지만 올시즌은 결코 엘리트 수준도 아니고 그가 엘리트 선수가 될지, 혹은 계속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건 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하퍼는 이 발언을 트레이드 의지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하퍼는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인 2017~2018년 트레이드 대상에 올랐지만, 결국 팀을 옮기지 않고 FA가 돼 2019년 2월 필라델피아와 13년 3억3000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올해가 이적 후 7번째 시즌이었으니, 6년 약 1억5300만달러(약 2193억원) 계약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 하퍼는 올해 132경기에서 타율 0.261(501타수 131안타), 27홈런, 75타점, 72득점, OPS 0.844, bWAR 3.2를 마크했다. 지난 6월 손목 부상으로 3주간 결장한데다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이후 OPS는 가장 가장 낮은 수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잦은 부상이다. 2021년부터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는데, 팔, 손가락, 팔꿈치, 햄스트링 등 부위도 다양했다. 특히 2022년 11월에는 토미존 서저리를 받아 이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꿈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돔브로스키 사장은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그를 사랑하고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중요한 전력이다. 좋은 시즌을 보냈던 선수다. 그가 더 좋은 시즌을 보내기를 희망한다"며 일축했다.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려 놓고 트레이드 얘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 것이다.
돔브로스키가 이처럼 하퍼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포스트시즌서 팀이 조기 탈락한데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퍼는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서 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00(15타수 3안타), 1득점, 3볼넷, OPS 0.600에 그쳤다. 홈런과 타점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필라델피아는 NL 동부지구 1위에 올라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음에도 다저스에 1승3패로 패하고 말았다.
하퍼는 "팀에 대한 나의 공헌에 관해 의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너무 실망했다. 내가 필리스를 그토록 좋아한다는 감정에 비춰 보면 상처가 아닐 수 없다"면서 "부상에서 돌아와 포지션을 바꾸는 일부터 난 내 팀을 위해 모든 걸 보여줬다. 그러나 여전히 트레이드 얘기가 있다고 하니 참"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트레이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퍼는 2019년 이적 후 필라델피아에서 7년 동안 통산 타율 0.281, OPS 0.912에 179홈런을 쳤다. 워싱턴에서는 7년 동안 통산 0.279, OPS 0.900, 183홈런을 기록했다. 하퍼가 올해 다소 부진했지만, FA 계약 후 제 몫을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 2021년에는 MVP도 수상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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