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월드시리즈 역사상 이런 경기는 없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오타니를 중심으로 한 다저스 타선은 연장 18회까지 가는 6시간 39분의 혈투를 6대5의 승리로 마무리했다.
오타니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서 리드오프 지명타자로 출전해 9타석에 들어가 2홈런을 포함, 4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 4볼넷을 기록했다. 프레디 프리먼이 5-5로 맞선 연장 18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프리먼은 18회말 선두타자로 들어가 풀카운트에서 토론토 우완 브랜든 리틀의 6구째 한복판으로 파고든 92.4마일 싱커를 걷어올려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발사각 34도, 타구속도 107.4마일, 비거리 406피트로 프리먼의 이번 가을 2번째 아치였다.
특히 작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날렸던 프리먼은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을 두 번 친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다.
원정 1차전을 내주고 2차전을 이긴 다저스는 홈 3차전을 잡아 2승1패로 시리즈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역대 7전4선승제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1승1패 후 3차전을 승리한 팀이 시리즈를 가져간 것은 101번 중 70번으로 그 확률이 69.3%에 달한다. 또한 2-3-2 포맷에서 1승1패 후 홈 3차전을 잡은 팀이 시리즈를 거머쥔 것은 48번 중 29번(60.4%)이다. 다저스가 2년 연속 정상을 향해 6부 능선에 올랐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겼다는 점이다. 오늘 내가 한 것은 그 과정에서의 일부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비를 잘 넘기고 다음 경기를 맞게 됐다는 것"이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오타니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우측으로 그라운드 룰 2루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어 1-0으로 앞선 3회 1사후에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1B2S에서 토론토 선발 맥스 슈어저의 6구째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든 95.1마일 직구를 끌어당겨 우측 펜스를 넘겼다. 발사각 32도, 타구속도 101.5마일. 세 차례 MVP와 세 차례 사이영상 투수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것은 200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필라델피아)와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 이후 16년 만이다.
오타니는 2-4로 뒤진 5회 1사 1루서 또 2루타를 날려 타점을 추가했다. 풀카운트에서 상대 바뀐 좌완 메이슨 플루하티의 6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82.6마일 스위퍼를 밀어쳐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려 1루주자 키케 에르난데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오타니의 방망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4-5로 뒤진 7회 1사후 4번째 타석에서도 장쾌한 아치로 동점을 만들었다. 우완 세란토니 도밍게스의 초구 97.6마일 한복판 직구를 걷어올려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발사각 26도, 타구속도 107.8마일, 비거리 401피트.
그러나 토론토는 이후 오타니를 노골적으로 피했다. 5-5로 맞선 9회말 1사후 주자가 없는 가운데 고의4구로 걸어나간 오타니는 연장 11회말 2사후, 13회말 2사 3루, 15회말 1사후에도 연거푸 고의4구로 걸어나갔다. 4타석 연속 고의4구. 더구나 오타니는 마지막 타석인 17회말 2사 1루서도 볼넷을 얻어 5타석 연속 4구라는 기록도 세웠다.
오타니가 이날 작성한 역사적인 기록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오타니는 이번 가을야구 8홈런을 때려 다저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타이를 이뤘다. 2020년 코리 시거가 포스트시즌 18경기에서 8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는 공동 2위.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은 2020년 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 랜디 아로자레나가 친 10개다.
또한 오타니는 단일 포스트시즌서 멀티 홈런 게임을 3차례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 1차전서 2홈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서 3홈런, 그리고 이날 2홈런을 쏘아올렸다.
뿐만 아니라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한 경기서 장타 4개를 날린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190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프랭크 이스벨이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서 2루타 4개로 4장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로 인해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역사상 베이브 루스에 이어 두 번째로 12루타 이상의 경기를 두 차례 기록했다.
종전 포스트시즌서 한 경기 최다 출루는 6번이었는데, 이날 오타니는 9번이나 베이스를 밟았다. 한 경기 9출루는 정규시즌서 3차례 있었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한 경기 4개의 고의4구 역시 처음 나온 기록이다.
18이닝을 뛴 오타니는 29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전 선발로 나선다. 스태미나가 견뎌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