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탄생하다니.
집도 없는 '떠돌이' 유망주 마이너리거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인생 역전' 드라마 완성이 눈앞에 왔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3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6대1 쾌승을 거뒀다. 1회 시작하자마자 리드오프 데이비스 슈나이더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연속 타자 홈런이 터지며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했고, 너무나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냈다.
3차전 연장 18회 승부 끝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고 시리즈 전적 1-2로 몰릴 때만 해도, 토론토의 월드시리즈가 패배로 마무리 될 걸로 보였는데 토론토 선수들은 믿기 힘든 집중력으로 4차전을 잡아내더니 5차전까지 쓸어담으며 우승까지 1승만 남겨놓게 됐다. 매우 유리하다. 남은 6, 7차전은 홈 로저스 센터로 돌아가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5차전의 영웅은 단연 선발 트레이 예세비지.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도 '저 선수가 누구야' 할 정도로 낯선 이름의 선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올해 22세 예세비지는 지난달만 해도 마이너리거였다. 물론 비운의 선수는 아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힌 특급 유망주. 하지만 마이너리그를 거쳐야 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성적이 좋았고, 일찌감치 지구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토론토는 신예 예세비지에게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그게 지난달 1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예세비지는 빅리그 데뷔전을 찢어버리다시피 했다. 5이닝 3안타 9삼진 1실점. 최고 155km가 넘는 강속구에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 종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모두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렇게 정규시즌 2경기에 더 출전했다. 그리고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내정되는 파격이 이어졌다. 토론토는 그의 잠재력에 팀의 한시즌 운명을 건 것이다.
'초대박'이 터졌다. 5⅓이닝 무안타 11삼진 무실점. 미국 전역이 난리가 났다. 생소함에 양키스 강타선이 당한 게 아니었다. 그냥 잘 던졌다.
당연히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 선발도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2차전에 나가 패전투수가 돼 상승세가 꺾였다. 하지만 6차전에 다시 나와 호투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
토론토는 시애틀과 7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다. 그렇게 올라온 월드시리즈. 상대는 챔피언십 시리즈를 4경기만에 끝내고 올라온 최강 다저스. 토론토는 로테이션상 어쩔 수 없이 1차전 선발을 예세베지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해 싱글A에서 공을 던지던 유망주가 1년도 안된 시간에 월드시리즈 1선발이 된 대반전 드라마를 쓴 것이다. 예세비지는 이날 흔들렸지만 팀이 11대4 대승을 거둬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5차전. 다시 선발로 나온 예세비지는 7이닝 3안타 12삼진 1실점 놀라운 피칭으로 다시 승리를 따냈다. 예세비지는 역대 월드시리즈 루키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고, 최연소 전원 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오타니,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슈퍼스타들이 그의 공 앞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다.
예세비지는 현지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아 토론토에 집이 없어 호텔에서 생활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 뛰다보니 차에는 웬만한 생필품이 다 구비돼있다는 것이었다. 원정을 떠나려면 그 때마다 호텔에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해야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놨다.
올해 연봉 76만달러(약 10억원)의 최저 연봉 수준 선수가, 엄청난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며 일약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토론토가 우승을 하든, 못 하든 일단 올해 말 토론토에 근사한 집이 생길 것임은 분명해졌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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