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절묘한 신의 한 수인가, 교묘한 꼼수인가.
김재환 옵트아웃이 이번 스토브리그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인데 자유계약선수로 둔갑하는 기발한 옵션을 발동했다. 원 소속 구단 두산 베어스는 보상금 및 보상선수도 받지 못한채 김재환을 떠나보내게 됐다.
하지만 남 탓 할 일은 아니다. 4년 전 이미 두산도 합의한 일이다. FA 보상 규정을 무력화한 계약이지만 '위반'은 분명히 아니다. KBO도 계약서를 확인하고 승인했다. 선수 측이 메이저리그식 옵트아웃을 변칙 적용했다. 다만 앞으로 이 패키지가 '국민 옵션'으로 퍼질 경우 구단들은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두산은 2026년 보류선수명단에서 김재환을 제외했다. 방출이다. 김재환은 두산을 제외한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이 가능하다.
원래 김재환은 B등급 FA였다. 하지만 김재환은 FA 신청을 포기했다. 그리고 미리 합의해놓은 방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두산은 FA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B등급 선수에 대한 보상은 '당해 연봉의 10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전보상 및 FA 획득구단이 정한 25명의 보호선수 외 1명(보상선수)에 대한 선수계약의 양수 또는 당해 연봉의 20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전보상을 FA 획득구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재환의 2025년 연봉은 10억원. 두산은 20억원 또는 10억원에 보상선수 1명을 날렸다. 동시에 김재환은 보상 족쇄를 떨쳐내며 몸을 가볍게 하는데 성공했다.
두산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모양새다. 그러나 2021년 계약 당시로 시계를 돌리면 그렇지도 않다.
두산은 2021년 12월 17일 김재환과 4년 최대 115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알려지지 않은 옵션이 있었다. '4년 계약이 끝난 2025시즌 뒤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것이었다.
두산이 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이유는 계약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총액 130억원짜리 계약인데 선수 측에 유리한 옵션을 넣어주는 대신 115억원으로 깎은 셈이다. 사실상 이때 이미 보상금을 받지 않을 각오를 하고 돈을 미리 절약했다고 볼 수 있다. 조삼모사다. 김재환 측은 4년전 양보한 금액을 이번에 자유롭게 풀려나면서 더 좋은 계약을 따냄으로써 4년 전 '손해'를 만회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를 다른 선수들도 '필수 옵션'으로 요구하게 되는 경우다. 협상 카드로 활용이 된 김재환 사례는 선례를 남겼다. 큰 틀을 짜두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 측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이 옵션을 선수 측에서 깔고 들어가고자 한다면 구단이 불리할 수 있다. KBO 관계자는 "선수와 구단이 합의한 내용이고 규약을 어긴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 이슈가 크게 됐기 때문에 논의를 해볼 여지는 있다"고 짚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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