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진짜 재난 같은 날씨였다."
살을 에는 찬바람이 가득했던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제주SK의 '하나은행 K리그 2025'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은 '겨울 축구'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기가 열린 오후 7시 수원의 기온은 섭씨 영하 4도, 체감 온도 영하 9도였다. 추위가 그라운드를 덮쳤다. 선수들도 장갑을 끼고, 최대한 몸과 옷 사이의 틈이 없이 경기장에 나섰다. 그럼에도 경기는 뜨거웠다. 선수들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제주가 유리 조나탄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챙기며 1부 잔류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경기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제주SK 골키퍼 김동준의 첫 마디도 날씨였다. 그는 "재난 같은 날씨였다. 선수와 팬들이 재난을 이겨낸 것 같은 경기였다. 추워서 선방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추워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김동준은 추위 탓에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김현의 중거리 슛을 막아낸 선방조차 장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나도 들어가는 줄 알았다"며 "본능이었던 것 같다. 나도 막고 좀 놀랐다. 내가 너무 얼어 있어서 반응을 제대로 못했다. 정말 힘든 경기였다"고 했다.
이번 승강 PO 맞대결을 앞두고 시선을 끌었던 점은 수원의 공격이었다. 올 시즌 수원은 K리그2에서 76골을 터트린 최다 득점 팀이었다. 일류첸코를 중심으로 세라핌 김지현 박지원 등 다양한 공격 자원이 두각을 나타냈다. 수원의 화력을 불과 3일 만의 휴식 시간을 보낸 제주가 견뎌내고, 막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제주는 예상을 웃돌았다. 위협적인 기회도 많이 허용하지 않으며 조직적인 수비로 수원을 봉쇄했다. 김동준의 선방도 빠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어려운 상대였다고 수원 공격수들을 인정했다. "K리그1에서도 중위권 수준의 공격수들인 것 같다. 일류첸코는 서울이나 포항에 있을 때도 상대해 봤는데, 정말 까다롭다. 오늘 유독 더 움직임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했다.
혹한기를 방불케 하는 혈투에서 즐기는 자가 결과에서 미소를 지었다. 김동준은 이날 경기장을 가득 채운 수원 팬들의 함성을 도리어 응원의 목소리로 받아들였다. 그는 "나를 응원해준다고 생각하고 즐겼다. 어린 친구들은 조금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1차전 승리까지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 도중 수원 서포터스가 터트린 꽃가루가 경기장을 덮은 점에 대해서는 조금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잘 극복했다. 그는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어서 당황했다. 공이랑 구별이 잘 안 되기도 했다. 공 찾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2차전은 1차전보다 더 치열한 경기가 예상된다. 수원의 반격을 제주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김동준은 "오늘보다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심하기보다 홈에서 하기에 편하게 준비하고, 회복 시간도 조금 더 있다. 좋은 경기력으로 나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주와 수원은 7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2차전에서 2026시즌 K리그1 한자리를 두고 마지막 사투를 벌인다.
수원=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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