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이 구단 대표자 회의를 통해 결정한 새로운 재정 규정 개편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더불어 K리그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합리적인 재정 건전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국제축구선수협회(이하 FIFPRO) 세계 총회에 참석하고 여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수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답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인 EPL이 내린 결론이다. 한국도 인위적인 상한선을 정할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풀어야 한다. 다만 수입 대비 지출 제한을 통해 합리적인 재정 건전성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PL은 지난 21일, 2026~2027시즌부터 팀 전체 수입의 85%까지만 선수단 비용 등으로 쓸 수 있게 하는 '수입 대비 지출 제한(SCR)' 규정을 통과시켰다. 또한, 구단의 단기·중기·장기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SSR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반면, 리그 최하위 팀 수입의 5배로 모든 구단의 지출을 묶으려 했던 강력한 지출 상한제인 '앵커링(Anchoring)'은 부결됐다.
선수협은 이번 EPL의 결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앵커링' 부결은 곧 시장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수익 창출 능력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하드 샐러리캡' 방식이 더는 현대 축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마헤타 몰랑고 대표는 "누군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해왔고, EPL 구단들 역시 투표를 통해 이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대신 도입된 SCR은 '번 만큼 쓰는' 구조다. 구단이 마케팅과 성적을 통해 수입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선수단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난다. 이는 구단의 성장을 유도하고 리그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선수협은 K리그와 WK리그의 현 주소를 지적했다. 현재 K리그 일부에서는 구단 재정 건전화를 이유로 선수단 연봉 규모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나,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 등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WK리그의 경우 연봉 상한제를 통해 선수들의 연봉이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김훈기 사무총장은 "EPL의 사례에서 보듯, 선진 리그들은 구단이 노력을 통해 수입을 늘리고 그에 비례해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K리그는 구단의 수익 창출 노력보다는 선수들의 인건비를 줄여서 재정을 맞추려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훈기 사무총장은 "K리그에 필요한 것은 성장을 저해하는 인위적인 상한선이 아니라, 구단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고 수입을 증대시켰을 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국형 SCR' 제도"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선수협은 K리그 연맹과 구단에 대화를 촉구했다. EPL의 재정 규정 논의 과정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이것이 실제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K리그의 제도 변화에도 선수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권익과 직결된 재정 규정을 논의하면서 당사자인 선수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수협은 K리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재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논의에 언제든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연맹은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선수협과의 대화를 통해 제도를 마련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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