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공식 부문 포지션 별 상을 받는 선수는 총 10명. 그 중 투수는 단 1명 뿐이다.
1982년 KBO리그의 탄생과 더불어 함께 시작된 골든글러브는 오랜 시간 현재의 포지션 분류 체계가 이어져 왔다. 지명타자 부문이 1984년부터 신설된 것이 변화의 전부. 그 밖에는 변화 없이 투수,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3명), 지명타자로 나뉘어져 시행돼 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9명의 타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투수는 단 1명에게만 골든글러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의 숫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KBO리그 10개 구단 전체 등록 인원이 매년 600명 정도인데, 그중 투수가 거의 절반인 300명에 달한다. 그런데 골든글러브는 단 1명만 받을 수 있다
현대야구에서 투수들의 보직이 세분화 되다보니 더욱 아쉬움이 크다.
과거 김시진, 선동열, 정민태 등 전설적인 완투형 투수들이 골든글러브까지 휩쓸었던 당시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투수들은 단순히 선발, 불펜 구분 뿐만 아니라 로테이션을 도는 선발 투수, 롱릴리프, 셋업맨, 마무리, 추격조 등의 역할을 쪼개서 맡고있다. 현재 KBO 시상식도 홀드, 세이브 부문 시상을 하는 것처럼 골든글러브 역시 세분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SSG 랜더스 소속 베테랑 투수 노경은 역시 불혹의 나이에 2년 연속 홀드왕, 3년 연속 30홀드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고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노경은 뿐만 아니라 '세이브왕' 박영현(KT)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투표를 하는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도 오직 1명에게만 표를 줄 수 있다보니, 이왕이면 선발 투수들에게 표가 쏠릴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단 한명을 뽑는다면, 정규 시즌 MVP이기도 한 폰세의 수상이 처음부터 당연한듯 유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노경은도 이에 공감하며 "지금 선수들끼리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발, 중간, 마무리 이런 식으로 투수들도 포지션이 있지 않나. 좀 세분화해서 나눠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골든글러브 역사상 불펜 투수가 수상을 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가장 최근 사례가 2013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투수 손승락으로 무려 12년 전이었다. 그 손승락 역시 1994년 태평양 돌핀스 정명원 이후 19년 만의 마무리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 사례였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조차 현역 시절 단 한번도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했다. 오승환 대신 거의 매년 선발 투수들이 황금장갑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과거에야 선발, 불펜의 경계가 모호한 선수들도 있었고 선발 불펜을 오가는 사례가 워낙 많았지만 이제는 투수들의 분업화가 더욱 전문적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시상 세분화를 검토해볼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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