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유승민 회장님, 제가 한번 이겨보겠습니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 미광스포렉스에서 열린 대구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 '대구 대실초 공격 에이스' 박수하(11)가 '아테네 탁구 챔피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향해 패기만만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시도협회, 종목단체가 주관하는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선수 등록, 소속에 상관없이 '원팀'으로 출전해 우정과 추억을 쌓는 대회로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태극마크를 목표 삼은 꿈나무 선수들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보통의 학생들이 한팀으로 나서는 특별한 대회로 현장의 호응이 뜨겁다. 대구에서 열리는 '탁구 청스한' 현장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깜짝 동행했다. 청소년체육, 학교체육 활성화에 누구보다 진심인 '금메달리스트 회장님'이 전주 올림픽런, 국제 스포츠 회의 등 빡빡한 일정을 쪼개 새벽 기차를 타고 대구 탁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탁구 꿈나무들이 일제히 "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유 회장의 응원 메시지 후 시작된 시범경기, "포핸드 톱스핀이 가장 자신 있다"는 2014년생 (박)수하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포핸드 톱스핀으로 세계를 제패한 유 회장과 마주했다. "유 회장님을 이겨보겠다"던 공언대로 거침없는 드라이브로 승부했다. 유 회장이 "오!" 탄성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몇 번의 랠리 후 유 회장이 본 실력을 드러냈다. 회심의 서브 포인트가 작렬했다. 이어 '봉덕초 수비 에이스' (진)하영이(11)가 테이블 앞에 섰다. 수비 특유의 끈질김으로 유 회장의 볼을 척척 받아내며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나 했지만 이번에도 이변은 없었다. 유 회장의 승리. (박)수하에게 11대7, (진)하영이에게 11대8로 '2연승'을 달린 회장님을 향한 현장의 눈총, 유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포츠는 원래 봐주는 게 없다. 스포츠는 이겼을 때도 배우지만, 졌을 때 더 많이 배운다. 우리 아이들이 그 안에서 잘 성장하길 응원한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대구 꿈나무들에게 금메달 회장님과의 첫 맞대결은 평생 추억이 됐다. 수하와 하영이는 "유승민 회장님 볼이 많이 셌다. 어려웠다"면서 "오늘 회장님과 경기해본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같다. 회장님을 이기려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범경기 후 이어진 즉석 사인회, 길게 늘어선 아이들이 라켓과 유니폼을 내밀었다. 유 회장은 70여명의 참가학생 전원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탁구 청스한' 소식에 망설임 없이 동행을 결심했다는 유 회장은 "제 표정을 보셨겠지만 계속 웃음 짓게 됐다. 아이들과 스포츠를 함께 하는 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어느 현장보다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주말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꿈을 키우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생각도 났다. 어른으로서 우리가 무조건 지원해줘야할 모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전문체육 선수 출신이지만 대한체육회 회장이 된 후 가장 강조하는 것이 '1인 1기', 학생 누구나 공교육 안에서 행복한 스포츠 경험, 평생 스포츠 습관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한 아이가 공교육 안에서 6년간 스포츠를 계속 하면 취미에서 특기로 바뀐다"고 했다. "전문선수 지원도 잘해야 하지만 일반학생들의 스포츠 활동 지원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청스한은 일반학생들이 전문선수들의 기술과 기량을 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는 정말 좋은 사업이다. 1인1기와 함께 이 사업을 앞으로 더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탁구를 쳤는데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한 포인트라도 더 따려고 이 악물고 하는 모습이 이 선수들과 한국 스포츠의 미래다. 이 아이들이 잘 성장해 꿈과 목표를 이루도록 대한체육회장, 선배로서 더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대구 탁구 청스한엔 대실초, 봉덕초, 서도초 등 탁구부를 운영하는 초등학교와 선수부, 취미반을 운영하는 대불스포츠클럽 학생들이 출전, 남자 5개조, 여자 6개조 풀리그로 진행됐다. 3전 2선승제로 1게임은 학생선수간 단식, 2게임은 학생선수-일반학생의 복식, 3게임은 일반학생간 단식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복식조로 나란히 나선 '학생선수' (전)재민이(서도초)는 '탁구를 사랑하는' (신)태환이(신천초)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첫 서브가 중요하다.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면 된다"고 했다. 태환이는 "확실히 선수들은 그때그때 받아치는 것부터 다르다.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최홍석 대구시체육회 주임은 "선수와 학생이 잘 어우러지도록 모집 단계부터 노력했다. 대구는 종목별 선수 인프라가 적은데 청스한을 통해 선수의 꿈을 갖는 선수들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후엔 '히로시마-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의 멘토링과 원포인트 레슨이 이어졌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감독은 "여기 이 초등학생들이 대구의 미래, 대한민국 탁구의 미래다.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러 왔다가 내가 오히려 힘을 얻어간다"며 웃었다. "탁구는 상대와 게임을 즐기면서 두뇌회전, 운동신경이 함께 발달한다. 이 연령대 아이들에게 모든 면에서 좋은 운동"이라고 '강추'했다.
소형석 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부장은 "청스한은 일반학생에겐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좋은 기회이고, 학생선수에겐 일반학생과 소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팀을 이뤄 경기를 하면서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탁구 올림픽 금메달' 회장님의 '재능나눔'은 청소년·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주말도 없이 열일하는 박진우 생활체육본부장, 소형석 부장, 김유진 주무 등 대한체육회 직원들에게도 천군만마, 큰 힘이 됐다. "'탁구 청스한' 일정을 들으시자마자 기꺼이 오시겠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올림픽 레전드 회장님과 탁구를 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저희들도 정말 뿌듯했다"며 미소 지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