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전국 명산이 설경을 만끽하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자연 속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이나 눈 덮인 산을 달리는 스노우 트레일 대회 등 겨울 산행의 역동성을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낮은 기온으로 인한 신체 경직, 예측 불가능한 빙판길, 짧은 일조 시간 등 사고 유발 요인이 다른 계절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경직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낙상은 일반적인 타박상을 넘어 척추 압박골절이나 심각한 관절 인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힘찬병원 김강언 진료원장은 "낮은 기온은 몸을 경직시켜 관절의 가동 범위를 현저히 줄어들게 한다"며 "신체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얼어붙은 지면을 딛거나 미끄러질 경우, 균형 상실에 대응하는 자세 제어 능력이 떨어져 충격 후 중증 외상을 당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겨울 등산, 미끄러지기 쉬운 곳 방심 금물
겨울 산행은 사고나 부상 발생 시 위험도가 높다. 빙판길 실족에 의한 고립과 골절, 그리고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이 결합되어 구조 난도가 높고 환자의 상태가 위중한 경우가 많다. 올 초 국립공원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1월) 발생한 안전사고 중 실족에 의한 골절·부상이 9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눈이나 살얼음이 덮인 겨울산의 노면은 일반적인 흙길과 달리 마찰력이 거의 없어 넘어질 때 신체가 방어 기제를 작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때 발생하는 낙상은 주로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척추에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수직 압력을 가해 뼈가 찌그러지듯 부러지는 척추압박골절을 유발한다. 골밀도가 낮은 중노년층의 경우 가벼운 충격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척추 변형이나 신경 압박으로 악화될 수 있다.
겨울 산행에서는 방한장비와 비상물품으로 배낭도 무거워지기 쉽다. 배낭 무게가 늘면 몸통이 앞으로 기울고, 이를 버티기 위해 척추기립근이 지속적으로 긴장하면서 허리 통증이 악화될 수 있다. 하산 시에는 무릎에 체중의 3~5배에 달하는 하중이 실리게 되는데, 추운 날씨 탓에 근육이 수축되고 관절이 굳어지면 쉽게 무릎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발목 역시 불안정한 지면을 딛는 과정에서 인대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해 발목 염좌가 발생하기 쉽다.
◇아이젠·등산 스틱 필수, 보폭은 평소보다 좁게
안전한 겨울 산행의 시작은 사전 준비에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산행 전 기상 확인과 체력·건강 상태 점검, 비상식량 준비, 산행 전 가벼운 체조를 안전수칙으로 제시한다. 먼저 등산 전에는 최소 15분 이상 발목·무릎·허리 중심으로 스트레칭을 실시해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신체 온도를 높여야 한다. 복장은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저체온증을 예방한다. 갑작스러운 하산 지체 상황에 대비해 여분의 보온 의류와 고열량 비상식량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
등산 시에는 아이젠과 스틱 사용이 필수다. 아이젠은 자신의 등산화 크기에 딱 맞는 것을 선택하여 결속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등산 스틱은 신체 하중을 30%가량 분산시키고 균형 감각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보행 시에는 보폭을 평소보다 좁게 하고,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누르듯 착지한다.
하산 시에는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하산 시간의 압박으로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피로로 대퇴사두근과 종아리 근육이 흔들리며 무릎이 버티는 힘이 떨어지고, 작은 미끄럼에도 발목을 접질리기 쉽다. 겨울 산은 오후 4시만 넘어도 급격히 어두워지므로, 전체 산행 시간을 평소의 1.5배로 잡고 일찍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발목이 불안하다면 테이핑이나 압박붕대, 발목보호대를 활용한다.
산행 후 관절 부위에 열감이 있거나 부어오른다면 즉시 냉찜질을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해야 한다. 단순한 피로감만 있다면 온찜질이나 반신욕을 통해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 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척추압박골절이나 인대 손상 시 통증이 있다가 나아지는 것으로 느껴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수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허리를 펴기 힘들다면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한다.
힘찬병원 김강언 진료원장은 "하체 근력이 부족한 중노년층의 경우, 보조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보폭을 줄이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현명하다"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균형감각이나 사고 위험에 대처 능력이 떨어져 골절상 당하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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