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와 과도한 음주는 뼈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다.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골절의 위험을 높여 '골 괴사'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평소에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움직일 때 엉덩이 근처로 통증이 느껴진다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라는 고관절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고관절의 핵심 구조인 '대퇴골두'에 공급되는 혈액이 줄거나 완전히 차단되면서 뼈조직이 서서히 죽고(괴사) 결국 모양이 변형되는 질환이다.
대퇴골두는 야구공이나 탁구공처럼 둥글고 매끈한 관절 머리로, 골반 안쪽의 관절면에 꼭 맞춰 끼워져 상·하체를 연결하고 체중을 지탱한다. 하지만 혈류가 차단되면 이 둥근 공이 안쪽부터 약해지기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가 무너지고 겉모양도 '찌그러진 공'처럼 납작해지거나 깨지는 변형이 진행된다.
병이 진행될수록 원래는 매끄럽게 회전하던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다리 길이가 짧아 보일 수 있고, 체중을 실을 때마다 관절이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양반다리처럼 고관절을 크게 굽히거나 벌리는 자세가 어려워지고,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이 질환은 초기에는 눈에 띄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허벅지나 서혜부(사타구니) 통증이 나타나면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고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아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다. 주로 중, 장년층에서 나타나며 진행 속도도 비교적 완만하다. 반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뼈가 피를 공급받지 못해 내부에서부터 죽기 시작하는 병으로, 발병 나이도 30~50대로 훨씬 젊고 악화 속도도 빠르다.
연세스타병원 허동범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훨씬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평소 술을 많이 마시거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해 맞는 경우가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며 "여기에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이 겹치면 혈관 기능이 더 떨어져 젊은 나이에도 고관절이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초기엔 단순 근육통처럼 느껴져 놓치기 쉬운 질환이다. 환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사타구니 깊숙이 쑤시는 통증", "걸을 때 절뚝거림",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 악화" 등이다.
문제는 초기 X-ray가 정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술·흡연·스테로이드 사용 등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이 갑작스러운 고관절 통증을 느끼면 MRI 검사가 필수다.
조기에 발견하면 대퇴골두 붕괴 전 단계에서 치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대표적 보존술인 감압술은 대퇴골두 안에 작은 통로를 만들어 압력을 낮추고 새로운 혈류가 들어오게 해 뼈의 회복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 단계에서는 관절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퇴골두가 이미 찌그러져 모양이 무너진 경우,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거나 관절 운동이 제한되면 더는 보존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때는 통증 완화와 정상 보행 회복을 위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권고된다.
허동범 원장은 "연말 시기는 음주량이 급격히 늘고, 피로·스트레스가 겹치며, 넘어지는 사고가 잦아질 수 있어 잠재적인 위험이 더 높아지는 시기다"라며 "단 한 번의 연말 음주가 즉각 병을 만들지는 않지만, 이미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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