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3400만원. KIA 타이거즈 내야수 오선우의 지난해 연봉이다.
오선우는 배명고-인하대를 졸업하고 2019년 KIA에 입단했다. 프로 7년차였던 지난해까지 최저 연봉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 그만큼 1군에서 기회가 없었던 선수. 한때는 은퇴를 고민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다르다. 오선우는 이번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낼 만한 성과를 냈다. 124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437타수 116안타), 18홈런, 56타점, OPS 0.755를 기록했다. 어떤 지표라고 말할 것도 없이 전부 커리어하이였다.
KIA는 지난해 오선우가 없었으면 더 망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나성범, 김도영, 김선빈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했을 때 타선에 대신 불을 붙인 게 바로 오선우였다. 개막 때는 2군 전력으로 분류됐던 선수. 처음에는 부상자들 덕분에 중심 타선에 들어갔지만, 나중에는 부상자들이 다 복귀해도 뺄 수 없는 선수로 입지를 굳혔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오선우를 주전 1루수로 적극 기용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결별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던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을 벤치에서 쉬게 하면서까지 오선우를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올해를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했고, 1루수 오선우의 움직임을 더 살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감독은 시즌을 마친 뒤에는 더 적극적으로 오선우의 수비 훈련을 지켜봤다. 직접 가르치기도 하면서 '2026년 주전 1루수는 오선우'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물론 경쟁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오선우에게는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될 만했다.
하나 더. KIA는 이번 FA 시장에서 베테랑 지명타자 최형우를 잃었다. 2017년 처음 KIA와 FA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까지 9년 동안 뛰면서 4번타자를 한번도 놓치지 않은 선수였다. KIA는 최형우의 잔류를 기대했지만, 훨씬 적극적이었던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와 영입전에서 결국 고개를 숙였다.
최형우의 빈자리를 누구 한 명이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부담을 나눠야 할 때. 당장은 나성범, 김도영, 김선빈, 새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의 몫이 더 크겠지만, 오선우도 올해 KIA의 화력을 좌우할 핵심 선수다. 지난해 반짝 활약을 뛰어넘어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도 올해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오선우는 지금이 어떤 기회인지 알기에 칼을 갈고 있다. 사실상 1군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직후였는데도 오선우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까지 스스로 채찍질하며 올해를 준비했다.
KIA는 오는 23일 1차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일본 아마미오시마로 떠난다. 연봉 협상은 거의 다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쳐 대부분 훈풍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오선우는 큰 인상이 예상된다. 올겨울 KIA가 아무리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해도 연봉 3400만원의 기적을 쓴 선수까지 외면할 리는 없다. 오선우는 충분히 대우를 받으며 올해 주전 도약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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