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땐 덕석이 생각난다고 했다. 모처럼 꺼내 입은 자신의 두툼한 외투가 꼭 덕석 같다며. 어릴 적에 소를 키워본 벗의 말이다. 소라고 추위를 모르겠나. 추운 때에 소의 등을 덮어 주는 멍석. 사전을 찾아보니 덕석은 소덕석, 쇠덕석, 우의를 비슷한 말로 뒀다. 우의(牛衣)라? 소가 입는 옷. 소옷이다. 덕석이란 낱말을 꺼낸 우의(友意. 벗의 뜻)는 따뜻함에 있으리라. 사르르 추위를 녹이는.
예로부터 '귀한' 소 아니었던가. 관련어가 사전에 한가득하다. 안다고도, 모른다고 못 할 숱한 말 가운데 길마가 있다. 짐을 싣거나 수레를 끌기 위해 소나 말 따위의 등에 얹는 기구. 김수희의 노래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멍에. 멍에는 수레나 쟁기를 끌려고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다. 길마는 지우고 멍에는 멘다. 코청을 꿰뚫어 끼는 나무 고리는 코뚜레이며 코뚜레나 재갈, 굴레에 잡아매는 줄은 고삐다. 소의 머리와 목에 거쳐 얽어매는 줄이 굴레이고 거기에다 내 손에 쥐어 소를 몰거나 부리려고 매는 줄이 고삐라는 이야기다. 나는 소에 굴레를 씌우고 고삐를 당겨 일을 한다.
지난 2009년 1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워낭'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40년가량 키운 소가 더는 살기 어려울 거라 예감한 것일까. 작품 속 농부의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나한테는 이 소가 사람보다 나아요." '길마 무거워 소 드러누울까'라는 속담이 있다. 길마가 아무리 무겁다고 한들 그 탓에 소가 드러누울 리 없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남의 일을 부질없이 걱정함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어떤 일을 앞두고 힘이 부족할까 겁을 내지 말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 우직한 소를 넣은 반문(反問)이 한때 유행했다. 제자리 지켜야 할 자들이 이익에 눈멀어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릴 때도 쓰기 좋은 말. 한 개그맨의 외침은 늘 데시벨이 높았다.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울 거냐.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2. 이상권, 『무지 어려운 우리말겨루기 365 言편』, 북마크, 2017, p. 60.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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