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배우 박서준에게 JTBC 토일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극본 유영아, 연출 임현욱)는 단순한 멜로 장르로의 복귀가 아니었다. 18년에 걸친 사랑의 시간을 연기하면서 '경도'라는 인물의 감정 뿐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태도까지 함께 되짚었다면서 연기자로서의 레이어드를 한 층 더 쌓았다는 소회를 전했다.
박서준은 15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경도를 기다리며'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작품에서 박서준은 지극히 평범하고 인간적인 직장인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 진심인 동운일보 연예부 차장 이경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서준은 "3월부터 10월까지 2025년 한 해를 '경도' 작품으로 꽉 채웠다"며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세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18년 서사를 다룬 작품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다. 2025년을 잘 보내고 2026년을 맞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장르보다 '시간'이었다. 박서준은 "'로맨틱 코미디를 해야겠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18년의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며 "지금 내 나이에 표현하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해 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20대부터 40대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결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디테일을 쌓았다. "20살의 저와 지금의 저는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 사회 초년생에서 경력이 쌓이는 단계가 되면서 일상도 관계도 표현도 달라진다"며 "그 부분을 집중해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스무 살 때 말투, 목소리까지도 다르다. 저만 아는 디테일일 수 있지만 시간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감정'은 가장 큰 숙제였다. 박서준은 "이번 작품은 18년이라는 사랑의 역사를 이해해야 했고 그 인물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며 "대본으로 경도를 알아가기도 했지만 제 생각으로 채워가야 했다.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엔딩을 둘러싼 해석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1부에서 했던 말들이 12부를 보고 나면 다시금 이해되는 작품"이라며 "누군가의 죽음은 늘 갑작스럽다. 그래서 경도와 지우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순간을 소중히 해보라는 말, 지금 마음에 솔직해지라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박서준 개인의 경험도 끌어냈다. 그는 번아웃을 언급하며 "저도 번아웃이 왔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 1년 정도 고생했고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다"며 "경도가 지우에게 하는 대사가 오히려 저에게 하는 말처럼 와 닿았다"고 털어놨다. "답답해서 마셨어. 걸어도 뛰어도 보고 했는데 답답해서"라는 대사에 공감했다는 그는 "힘드니까 이해가 됐다. 살아보려 아등바등한 거였겠지 않나"라고 했다.
번아웃을 극복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시간이 해결해주더라. 무기력이 가장 어렵다"며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몸을 바쁘게 만들었다. 계속 움직이고 안 되면 운동이라도 하러 가고 일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박서준은 "요즘은 너무 좋다"고 했다. "루틴을 가져갈 수 없는 직업이라 관심이 없었는데 쉬는 동안이라도 루틴을 만들면 안정감이 생기더라"며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환기시키고 뭔가를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잡힌다"고 덧붙였다.
상대역 원지안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박서준은 "처음엔 나이 차이를 걱정했는데 미팅 때 그런 걱정이 없어질 만큼 차분하고 단단했다"며 "긴 호흡을 버티는 법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컨디션이 정신과 연결돼 있으니 그 부분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감정을 '소모'가 아니라 '소비'로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예전에는 큰 감정신이 부담이었는데 이번에는 이 신에서 필요한 감정을 잘 소비하고 채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이제는 감정신을 시처럼 잘 읊고 싶다"고 말했다.
시청률에 대해서는 담담했다.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많은 분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은 늘 있다"면서도 "보실 분들은 보신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서준은 "앞으로 몇 년간 쉬지 않고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며 "번아웃을 잘 보내고 나니 마인드가 달라졌다. 예전엔 쫓기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잘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다른 배우로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한편 '경도를 기다리며'는 지난 11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전국 시청률 4.7%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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