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중간에 다른 팀으로 가야하나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번 FA 시장 최고 승자로 꼽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이영하다. 두산 베어스와 4년 총액 52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100억원을 받는 강백호(한화), 40세를 앞둔 나이에 3년 50억원 전액 보장을 약속받은 김현수(KT) 등도 있지만 이영하의 계약 소식이 알려졌을 때 충격이 가장 컸다.
당장 지난 시즌 14홀드 투수였다. 2019년 17승 시즌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없었다. 그런 투수가 52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게 됐다고 하니 야구계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선수 본인도 깜짝 놀랐단다. 이영하는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까지 받았으면 한다'는 선이 있었다. 그런데 최종 계약 금액은 그 선을 넘었다"며 웃었다.
두산도 바보가 아니다. 생각 없이 돈을 퍼주지는 않는다. 경쟁이 있었다. 2개 구단이 '세게' 붙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을 떠나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이영하의 활용도를 현장 감독들이 높이 평가했다. 몸값이 점점 올랐고 '치킨 게임' 양상으로 전개됐다. 한 구단이 보장액 50억원 수준 파격 조건을 들고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떻게든 잡아달라"는 김원형 신임 감독의 부탁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던 두산이 52억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영하는 "고민했다. 욕심이 나더라. 살면서 이렇게 돈을 벌어볼 기회가 없지 않나. 가족도 생각해야 했다"고 말하며 "사실 나는 두산에 남는게 좋았다. 그런데 중간에 마음이 흔들렸다. 다른 팀으로 가야하나. 하지만 함께 했던 두산 동료들, 프런트 얼굴이 바로 떠오르더라. 다른 팀에 가서 한다는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두산에서 잘 챙겨주셨다. 다른 FA 선수들보다는 비교적 편하게 최종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김 감독은 수년간 사실상 불펜으로 뛰어온 이영하의 선발 전환을 공언했다. 결국 선발이 경기를 끌어줘야 불펜도 의미가 있고, 강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구단 입장에서도 52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는데, 이 선수가 선발로 10승을 해주는 게 투자 가치가 있는 일이 된다.
이영하는 "작년 캠프를 갈 때는 선발 욕심이 아예 없었다. 불펜 투수로 마음을 굳히고 준비를 했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투구 양도 늘리는 등 다르게 준비를 할 생각이다. 내 솔직한 마음은 선발 욕심은 없는데 하고는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욕심은 없는데 하고 싶다, 무슨 의미일까. 이영하는 "내가 욕심이 있다고 하면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선발이 하고 싶다. 다만 팀 사정에 따라 어느 자리에서든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만약 이영하가 17승 시즌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두산은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그는 "성적은 17승 할 때가 좋았지만, 사실 투구적인 다른 부분들에서는 작년이 더 좋았다. 성적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마운드에서 어떤 공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마운드에서 강하게 던질까, 타자를 압도할 수 있을까 그 부분만 신경쓰고 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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