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불혹에 그런 기록을?' 흔히 스포츠 세계에서 '불혹(40세)'은 현역 생활 마지노선으로 통용된다.
'불혹'이 되기 전 은퇴하는 게 다반사이고, 간혹 '불혹'을 넘기면 존재감만으로도 귀감이 되는 것에 만족하기 일쑤다. 평생 치열한 몸싸움으로 인해 몸 상할 일이 잦은 축구, 농구 같은 종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 올 시즌 남자프로농구에서 '불혹'의 통념을 거스르며 젊은 후배들을 부끄럽게 하는 이가 있다. 창원 LG의 허일영이다. 1985년생인 그는 LG 선두 행진의 빼놓을 수 없는 '숨은 공신'이다. 베테랑으로서 단순히 알토란 활약을 떠나 역대급 기록까지 작성하며 선두 행진에 신바람을 더하고 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허일영의 가치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이미 입증됐다. 서울 SK와 최종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승3패로 챔피언에 등극할 때 한국농구연맹(KBL) 역대 최고령 MVP가 됐다. 2022~2023시즌 안양 정관장의 챔피언 등극 때 오세근(당시 36세·SK)이 달성했던 기록에서 4년이나 '생명연장'한 것이다.
그랬던 허일영은 올 시즌 지금까지 식스맨으로 꾸준히 출전하며 힘을 보태고 있는데, 최근 드러나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고령' 기록을 추가했다.
지난 23일 열린 부산 KCC전에서다. 당시 LG는 경기 시작 전, 먹구름이 가득했다. 시즌 처음으로 연패 중인 가운데 칼 타마요와 양홍석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반면 KCC는 허웅-허훈 형제의 부상 복귀로, 최준용 빼고 '빅3(허웅-송교창-허훈)'가 뭉쳤고 '2옵션' 드완 에르난데스가 합류한 상태였다.
LG로서는 마레이와 함께 주득점원 역할을 하던 타마요의 이탈이 치명적이었다. 이런 우려를 깔끔하게 지운 이가 허일영이다. 이날 그는 21득점, 7리바운드로 82대65 완승을 이끌었다. 허일영이 한 경기 '20점+'를 기록한 것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인 고양 소노와의 경기(2025년 4월 8일) 28득점 이후 처음이다.
허일영이 올해 41세를 맞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점+'는 놀라운 기록이다. 역대 KBL 리그에서 40세를 넘어 은퇴한 선수는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은퇴 기준 최고령 1위는 문태종(1975년생·만 43세4개월)이고, 이창수(1969년생·만 42세1개월), 문태영(1978년생·만 41세8개월), 김동욱 (1981년생·만 41세9개월), 주희정(1977년생·만 40세3개월)이 뒤를 잇는 정도다. 현역으로는 1984년생 함지훈(현대모비스)이 리그 최고령으로 허일영과 함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 '불혹'을 넘긴 대선배 가운데 41세가 되던 해에 한 경기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2019년 문태영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함지훈은 2021~2022시즌 6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전에서 20득점을 한 게 현재까지 마지막이다.
당시 문태영은 2019년 들어 30득점 한 차례를 포함, 5차례나 '20점+'를 기록하는 등 은퇴 1년 전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문태영은 귀화 혼혈선수로, 외국인 선수와 같은 '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순수 국내선수로는 허일영이 유일한 셈이다.
조상현 LG 감독은 "허일영이 제 몫을 묵묵히 해준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고 칭찬한다. 이에 허일영은 행동으로 화답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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