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 평소 요가를 즐기던 30대 여성 A씨는 언제부턴가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사타구니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유연성이 부족해 생긴 단순 통증이라 생각하며 스트레칭 강도를 높였지만, 오히려 통증은 심해졌고 급기야 절뚝거리며 걷게 됐다. 병원 정밀검사 결과, 원인은 선천적으로 골반 뼈가 허벅지 뼈를 제대로 덮지 못하는 '고관절 이형성증'이었다. 이미 연골이 상당 부분 손상된 '이차성 관절염' 단계에 접어들어 결국 인공관절수술을 받기로 했다.
관절염은 주로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관절의 경우 선천적 혹은 발달 과정에서의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 되어 이른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여성환자 압도적…구조적 결함인 '작은 비구'가 원인
고관절 이형성증은 골반뼈의 소켓 부분인 '비구'가 대퇴골두(허벅지 뼈 윗부분)를 충분히 덮어주지 못하는 선천적·발달성 질환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방치하기 쉽지만, 비정상적인 구조로 인해 특정 부위에 체중이 집중되면서 연골이 빠르게 손상되어 이차성 관절염을 유발하는 주원인이 된다.
고관절이 불안정하게 맞물리다 보니 좁은 면적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비구순(관절막)이 파열되거나 연골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마모된다. 노화가 주원인인 일반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구조적 불안정성이 연골 손상을 앞당겨 이차성 관절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관절 이형성증(상병코드 M16.2, M16.3)' 환자수는 지난해 7842명으로 최근 5년간 171%나 급증했다. 특히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 환자가 5616명으로 남성(2226명)보다 2.5배 이상 많았으며, 전체 환자 중 30~50대 활동기 연령층이 27.5%를 차지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형외과 고영승 교수는 "고관절 이형성증의 증가는 의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진단되지 않았던 미세한 이형성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또한 통증을 참고 살기보다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삶의 질을 높이려는 환자들이 늘어난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타구니 통증 지속되면 고관절 이형성증 의심
고관절은 우리 몸의 하중을 지탱하며 보행과 일상적인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핵심 관절이다. 하지만 고관절 이형성증은 초기 단계에서 뚜렷한 통증이나 전조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하거나, 건강을 위해 시작한 고강도 운동을 지속할 경우에 발생한다. 관절을 보호하는 비구순이 파열되거나 연골 마모가 급격히 가속화되면서, 자칫 이른 나이에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 이형성증의 대표적인 의심증상으로는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혹은 양반다리를 할 때 사타구니나 옆 골반 부위가 뻐근하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다. 또한 장시간 걸었을 때 통증이 심해지며 보행이 부자연스럽거나 몸이 뒤뚱거리는 느낌이 들 때, 또는 다리를 벌리거나 오므리는 동작에서 이전과 다른 제약이 느껴진다면 고관절 구조의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관절의 가동 범위가 큰 운동을 한 뒤 사타구니 부근의 통증이 며칠간 이어진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고영승 교수는 "고관절 이형성증에 의한 관절염은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찾아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며, "특히 젊은 층에서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해 방치하다 연골이 다 닳은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타구니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밀 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수술로 정밀도 극대화…변형된 골 구조 맞춤치료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인해 관절염이 말기까지 진행되었다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불가피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형된 골 구조에 맞춰 인공관절을 얼마나 정확한 각도로 삽입하느냐다.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수술 후 탈구나 다리 길이 차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로봇 인공 고관절수술로 정밀도의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해부학적 골 구조에 완벽히 맞춰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술 전 3D CT 촬영을 통해 환자의 골반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수술을 계획한다. 인공관절이 들어갈 최적의 위치를 계획하고 수술 중에는 로봇 팔이 계획된 절삭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해 정상 뼈와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특히 로봇수술의 핵심은 '생체 역학적 재건'의 최적화에 있다. 단순히 인공관절을 뼈에 끼워 넣는 것을 넘어, 환자마다 다른 다리 길이, 관절의 회전 중심, 대퇴골두와 골반 사이의 수평 거리인 '오프셋(Offset)' 등을 수치화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인공관절이 기능적으로 가장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내므로, 수술 후 관절의 기능을 정상에 가장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
고영승 교수는 "고관절 이형성증 환자는 비구와 대퇴골의 변형이 심해 정교한 술기가 요구된다"며 "로봇을 활용하면 3D CT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고유의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체 역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함으로써 수술 후 탈구율을 낮추고 보행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관리도 중요…쪼그려 앉는 자세 등 피해야
인공 고관절수술 후에도 관절 손상을 예방하는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는 다리를 꼬고 앉거나,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 과도하게 허리를 숙이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
고영승 교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좌식 문화는 고관절에 무리를 주기 쉬우므로 침대와 의자를 사용하는 입식 생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며 "수술 후 적절한 체중 관리와 꾸준한 근력 운동은 인공관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을 넘어, 환자 본인이 통증 없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되찾고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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