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마지막 FA' 손아섭(38)의 거취 결정이 길어지고 있다.
한화 측의 '최후통첩'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화가 제시한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느냐 못 받아들이느냐의 단순한 선택의 문제일까.
조금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일 가능성이 크다. '사인 앤 트레이드'를 전제로 한 교통 정리 과정일 수 있다.
이달 초 손 단장은 "최종 오퍼를 던졌고, 이제는 선수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오퍼'를 단순히 계약 조건으로만 해석하면 상황 이해가 좀 어려워진다.
만약 한화 잔류를 전제로 한 내용이라면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결정도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다. 하주석 처럼 받아들이거나, 황재균 처럼 은퇴하거나 양갈래 선택지다.
손아섭은 돈 한푼 때문에 시장에 버티면서 남아 있는 게 아니다. 뛸 기회를 찾고 있는 과정이다.
원 소속팀 한화에 남으면 안될까. 하주석도 최악의 조건을 수용해 암담한 상황을 뚫고 가을야구까지 뛰지 않았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두 선수는 상황이 살짝 다르다.
타격기회는 필드 포지션 확보에 있다. 하주석에게는 백업 유격수 뿐 아니라 2루수란 선택지가 있었다. 부상이나 부진 시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있었던 셈.
하지만 페라자 강백호를 영입한 한화에는 손아섭이 차지할 만한 코너 외야 자리가 썩 마땅치 않다. 지난해 경험을 통해 성장한 많은 젊은 코너 외야수들도 주전 도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화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통산 2618안타라는 통산 최다안타 레전드. 몸 값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 계약하겠다는 플랜은 애초에 없었다. 다른 팀과 FA 계약을 하고 멋지게 떠나는 그림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FA 시장 끝물에 7억5000만원에 달하는 보상금이 발목을 잡았다. 만약 이 보상금이 없었다면? 손아섭은 다른 팀과 계약을 했을 것이다. '뛸 자리'가 있는 한 스스로 몸값 욕심을 크게 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답보 상태가 길어지자 한화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법은 사인 앤 트레이드였다. 손 단장은 "데려갈 팀이 있다면 보상금도 낮춰주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한화도 손아섭을 아예 보상 없이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상은 과연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할까. 여러모로 빠르게 정리되기 쉽지 않은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시장 상황을 잘 아는 한 야구인은 "만약 한화가 애당초 손아섭을 쓸 생각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작 계약했을 것"이라며 "손아섭 같은 레전드 선수를 쓸 거였다면 돈을 떠나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메시지로 자존심을 세워 주고, 의욕적으로 다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벌써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취 결정 과정이 길어지는 이유는 단 하나. 돈 아닌 '뛸 기회'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계제로 손아섭의 2026년. 그는 과연 어떤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시작하게 될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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