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제나 평온한 미소로 가득했던 KT 위즈 고영표(34)의 얼굴이 순간 결연한 각오로 물들었다.
FA 시즌은 아니다. 하지만 거듭된 저평가에 지쳤다.
고영표에게 이제 시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20개는 일상이 됐다. 최근 5년간 퀄리티스타트 92개, 그중 4시즌에서 20개 이상을 기록했다. 그 4시즌 평균 투구이닝도 169이닝에 달한다. 5년간 52승은 훈장처럼 느껴질 지경.
2024시즌 ABS(자동볼판정 시스템) 도입 직후 다소 흔들리면서 8개에 그쳤지만, 지난해 퀄리티스타트를 20개로 다시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매년 외국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며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ABS의 압박감을 이겨냈음을 증명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퀄리티스타트 공동 3위로 폰세(전 한화 이글스)-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고영표보다 많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선수는 후라도(삼성, 23개) 와이스(전 한화, 21개) 2명 뿐이며,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을 발 아래 뒀다.
소속팀 KT는 앞서 5년 107억원의 다년계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알아줬다. 반면 야구계의 시선은 여전히 짜다.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급 투수를 거론할 때면 늘 그 초점에서 조금씩 벗어나곤 한다. 지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부진으로 '국가대표 에이스'라는 수식어와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고영표가 "올해는 욕심을 내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단 목표했던 WBC 대표팀 진입은 무사히 이뤄냈다. 해외파 선수들이 다수 합류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사이판에서 열린 WBC 대표팀 1차 캠프에서 일찌감치 몸을 끌어올린 덕분에 몸상태는 상당히 좋다. 질롱에서는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 훈련하고 있다. 최대한 뒤에서 공이 부드럽게 넘어올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
이제 자신의 말마따나 스스로 보여주는 것 뿐이다. 고영표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KBO 수비상 투수 부문 수상이 발화점이라면, 이제 오는 3월 WBC는 고영표에게 있어 새 출발의 시작점이다.
"KT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게 최우선 목표다. 다만 올해는 개인 성적도 욕심을 내보겠다. 내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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