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다들 공이 엄청 좋다. (한)승혁이 형과도 다시 만나 기쁘다."
12년 몸담은 팀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기분은 어떨까.
KT 위즈 한승택(31)이 그 주인공이다. 덕수고 출신 한승택은 2013년 한화 이글스에 3라운드(전체 23번) 신인으로 입단했지만, 1년 뒤 이용규의 FA 이적 당시 보상선수로 지명돼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KIA에서 12년간 포수 마스크를 썼다.
지난 겨울 뜻밖의 FA 이적을 택했다. 베테랑 포수를 필요로 했던 KT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4년 총액 10억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원석(은퇴) 이후 보상선수 출신으로 FA 이적에 성공한 프로야구 역대 두번째 선수가 됐다.
같은해 최원준도 FA로 수원에 입성했고, 강백호의 보상선수로 한승혁이 합류하며 반가운 얼굴들과 재회하게 됐다.
한승택은 조대현-김민석 등 젊은 포수들과 함께 움직이며 KT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캠프 오면 어느 팀이나 다 힘들다. 나이 먹었다고 둔해지면 안된다. 젊은 포수들 연습량 따라가려고 노력중이다. 투수들을 잘 모르니까, 공도 최대한 많이 받아보는중"이라며 밝게 웃었다.
"FA라는 게 항상 오는 기회가 아니고, 미루다보면 못할 수도 있다. 일단 과감하게 선언하는 쪽을 택했다. KT와의 협상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내 기준에선 충분히 좋은 조건이라 고민하지 않았다."
한승택과 이강철 감독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AC) 당시 허경민과 함께 대표팀에 뽑혔던 그다. 당시 투수코치가 다름아닌 이강철 감독이었다. 이제 세 사람이 한솥밥을 먹게 된 셈.
한승택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한승택은 "어쩌면 그때부터 감독님이 날 좋게 보신 모양"이라며 "요즘 내가 2군에 머무는 기간도 많았지 않나. '네가 필요하다' 이 말이 정말 감사했다"고 절절하게 돌아봤다.
짬짬이 몸 구석구석을 풀어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고관절 스트레칭에 공을 들였다.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체력, 그리고 하체 힘과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다.
"(양)의지 형이나 (강)민호 형, 또 (장)성우 형 이렇게 오래 야구하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난 서른 넘으니까 신호가 조금씩 오고, 특히 피로 회복이 안되는게 확 체감되던데…마침 우리 팀에 성우 형이 있으니까 많이 배우겠다."
이제 프로 14년차 포수다. 한승택에게 기억에 남는 투수가 있을까. 한승택은 큰 고민 없이 곧바로 '양현종'을 외쳤다. 그는 "아마 나한테 가장 많은 공을 던진 투수 아닐까? 최근에도 '잘하고 있냐'며 연락을 줘서 고마웠다"며 웃었다.
양현종은 정규시즌 통산 4번의 완봉승, 16번의 완투승을 거뒀다. 그중 2019년 8월 NC 다이노스전 무4사구 완봉승, 9일 롯데 자이언츠전 완봉승 당시 호흡을 맞춘 상대가 바로 한승택이다. 이에 앞서 2017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1대0 완봉승 때도 한승택이 마스크를 썼다.
"(양)현종이 형의 장점을 살려보려고 파고드는게 마음에 들었나 보다. 워낙 대단한 선수라 알아서 잘하고, 또 내가 막 우기는 성격은 아닌데…그래도 몇번 내 사인을 강경하게 밀어붙인 적이 있다. 사실 그냥 자기가 던지고 싶은대로 던져도 된다. 그런데 항상 말하길 '네 생각이 맞는 것 같으면 확실하게 얘기해라'라고 하더라. 그런 고집을 잘 받아줬고, 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기억에 절절하게 남는 것 같다."
한승혁과의 재회도 반갑다. 다만 KIA 시절 한승혁은 '한슝쾅'이란 별명처럼 무지막지한 직구는 돋보였지만, 제구가 엉망인 '만년 유망주'였다. 한화 이글스에서 필승조로 환골탈태한 뒤 올해 KT 선수가 됐고, 나도현 KT 단장 역시 "올시즌 필승조를 책임져달라"라는 말과 함께 3억원의 연봉을 안겼다.
"(한)승혁이 형이랑 캐치볼을 한번 했는데, '나 예전처럼 그러지 않는다'며 웃더라. 공이야 워낙 좋았던 투수니까…나도 앞으로 KT에 딱 맞는 포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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