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잘 휘어 들어온 공, 하지만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은 들리지 않는다. 포수는 헬멧을 손으로 '톡톡' 쳤다. 심판은 곧바로 헤드셋을 착용했고, 전광판엔 판독 결과가 표출된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적용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챌린지 모습이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모두 ABS가 맡고 주심이 이를 수신한 뒤 부르는 KBO 방식과 달리, MLB는 심판이 판정을 맡되 투수나 타자, 포수 또는 벤치에서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챌린지 방식 때 ABS 판독 결과를 표출한다. 팀당 경기당 2회 활용할 수 있고, 성공시엔 횟수가 유지되나, 실패시엔 차감된다.
MLB도 ABS 도입까지 진통을 겪었다. 심판 노조 측에서는 찬성 입장을 드러냈지만, 선수 노조 측은 반대였다. KBO 도입 시절과 마찬가지로 '경기의 일부'인 포수 프레이밍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MLB는 마이너리그 시범 적용을 거쳐 올 시즌부터 ABS를 도입하기로 했다.
21일(한국시각)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의 시범경기에선 7구 만에 'ABS 챌린지' 장면이 나왔다. 류지현호 합류를 앞둔 시애틀 선발 데인 더닝이 샌디에이고 잭슨 메릴과의 2B2S 승부에서 높은 코스로 던진 싱커가 볼 판정을 받자, 포수 칼 랄리가 챌린지를 신청한 것. 랄리의 요청을 받은 심판은 프로세스 대로 챌린지 절차에 들어갔고, 전광판에는 더닝의 공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에 들어간 볼로 표출됐다. 결과는 원심 유지.
랄리는 경기 후 MLB닷컴을 통해 "지금(시범경기)과 시즌 중은 상황이 다르다. 언제 (ABS 챌린지를 활용할) 기회를 잡아야 할 지,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이른 타이밍에 챌린지를 신청한 배경에 대해선 "감으로 시도했다. 2S에서 좋은 공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정규시즌에선 같은 모습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 코스의 공은 투수들이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타자들의 헛스윙 내지 범타를 이끌어내기 위한 승부수로 활용하는 편. 타자 신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 크기가 바뀌는 ABS 시스템에서는 존에 공이 소위 '묻기만 해도' 스트라이크 콜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상하좌우 코너 부근으로 제구력을 갖춘 투수들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랄리는 기존 높은 코스의 공이 갖는 이점이 ABS를 통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그 부분이 가장 큰 변화 아닌가 싶다. 앞으론 낮은 코스에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MLB는 시범경기를 통해 챌린지 규정을 보완해 정규시즌에 적용할 계획이다. MLB닷컴은 '관련 회의가 수 차례 이뤄졌으며, 정규시즌에선 포수만 챌린지를 요청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울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랄리는 "초반에는 (챌린지 적용에) 몇 차례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포수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시야를 갖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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