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뇌종양은 우리 몸의 중추를 관장하는 뇌에 생기는 종양이라는 점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이제 뇌종양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대처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의 도움말로 뇌종양의 정의와 종류, 주요 증상 및 최신 치료법에 대해 정리했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 약 2배 많아…양성이라고 방심은 금물
뇌종양은 두개골 안쪽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통칭하며, 인구 10만 명당 연간 20명 정도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뇌종양은 뇌를 감싸고 있는 막에서 발생하는 '뇌수막종'으로, 전체 일차성 뇌종양의 약 30%를 차지하고 그중 85% 이상이 양성 종양에 해당한다. 주로 40~50대 성인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약 2배 정도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호르몬 분비 기관인 뇌하수체에 생기는 뇌하수체 종양과 신경초종 등이 주요 일차성 양성 뇌종양으로 분류된다. 뇌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신경교종은 전체 뇌종양의 25~30%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빠른 진행과 악성종양의 확률이 높다. 또한 폐암이나 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뇌로 옮겨와 발생하는 이차성뇌종양인 뇌전이암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뇌종양의 경우 조직학적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김종현 교수는 "뇌는 딱딱한 두개골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종양의 성격이 온순하더라도 크기가 커지면서 뇌의 주요 기능을 압박하거나 뇌압을 상승시키면 마비, 의식 저하 등 심각한 신경학적 결손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종양의 위치와 주변 혈관 및 신경과의 인접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밀한 진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두통, 아침에 심해지고 진통제로 조절안되면 의심
뇌종양의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증상은 두통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두통과 뇌종양에 의한 두통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은 주로 잠을 자고 난 직후인 아침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점차 강도가 세지고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조절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만약 두통과 함께 구토나 구역질이 동반되거나 의식이 저하된다면 이는 뇌부종으로 인한 뇌압 상승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각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종양의 발생 위치에 따른 국소적인 증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두엽이나 측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성격 변화나 기억력 저하, 혹은 정신이 멍해지거나 일시적으로 팔다리 힘이 빠지는 등의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호르몬 생성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 여성은 생리불순, 유즙분비의 증상이 발생하거나 손발이 커지는 말단비대증, 거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종양이 커져서 시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시야장애, 시력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청신경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도 흔한데 갑작스런 청력저하나 이명이 발생하는 경우, 심하게 어지럽거나 보행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정밀검사가 권유된다.
◇피부 절개 없이도 수술한다?
뇌종양 치료의 근간은 수술적 절제를 바탕으로 하며 두개골을 절개해 종양을 제거하는 개두술은 종양을 확실하게 제거하고 신경학적 악화를 빠르게 호전시키며 조직학적 검사를 시행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전통적인 개두술은 현재에도 흔하게 시행되는 종양제거술이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적 수술법이나 비침습적 방법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코나 눈 주위의 작은 절개창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는 '뇌내시경 수술'은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종양을 가까이서 직접 확인하며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상 뇌 조직을 억지로 견인하지 않아도 되어 수술 후 후유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미용적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수술과 더불어 현대 뇌종양 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것은 감마나이프다.감마나이프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코발트-60에서 발생하는 감마선을 여러 방향에서 조사하여 병변 부위에 고선량을 집중시키고, 정상 뇌 조직에 대한 방사선 노출은 최소화하는 정위적 방사선수술 치료법이다.
이로 인해 종양은 점진적으로 위축되거나 성장이 억제된다. 감마나이프의 가장 큰 이점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종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뇌전이암의 경우 감마나이프가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번의 치료로 여러 개의 전이암을 치료할 수 있으며 뇌 전체에 방사선을 쬐는 전뇌방사선 치료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다.
김종현 교수는 "양성종양의 경우에도 종양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수술적 감압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경우, 시신경이나 혈관 등 위험한 구조물에 유착되어 있어 수술적 완전 절제가 어렵거나 수술후 심각한 부작용의 확률이 높은 경우, 혹은 환자가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전신 마취 수술이 힘든 상황에서 감마나이프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발된 감마나이프 기기는 실시간 움직임 추적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0.15㎜ 수준으로 감지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프레임 없이도 고정밀 방사선수술이 가능해졌다.
김종현 교수는 "기존의 방식처럼 나사를 이용해 두개골에 금속 프레임을 고정하지 않고, 특수 마스크로 환자를 고정할 수 있기 때문에 통증 등 환자들의 부담이 줄었다. 또한 0.3㎜ 이내의 위치 정확도로 병변 중심으로 정밀한 방사선 조사가 가능하므로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게 됐으며, 특히 마스크 고정방식의 장점을 이용해 기존에 단회 치료로는 부담이 컸던 비교적 큰 병변이나 시신경과 같이 방사선에 민감한 중요 부위와 인접한 병변을 3~5회로 나누어 치료하기 용이해짐에 따라 안전성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최신 기법들이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종양의 크기가 매우 크거나 종양으로 인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해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정확한 조직학적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두술을 시행하게 된다. 수술은 전신 마취 하에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떼어내어 뇌를 노출시킨 뒤, 고성능 수술 현미경으로 병변을 보며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리 중요
대부분의 원발성 뇌종양은 신경섬유종증과 같은 특정 유전자 변이 외에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이상 증세가 있을 때 신속하게 뇌 MRI 등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된 작은 종양은 감마나이프와 같은 방사선 수술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종양의 크기가 작을수록 합병증 발생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김종현 교수는 "뇌종양은 종류와 위치에 따라 치료 전략이 매우 정교하게 짜여야 하는 질환"이라며,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개두술 방법과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방법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뇌종양도 삶의 질을 유지하며 충분히 관리해 나갈 수 있다. 치료 이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재발여부를 조기에 확인하고 적절한 대응을 한다면 뇌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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