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일 오전 일본 도쿄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2연패를 당한 대만의 주장 천제셴은 담장 밖으로 시원하게 타구를 날려 보냈다. 체코와의 본선 1라운드 C조 3차전을 앞두고 배팅 케이지에 선 천제셴은 3개의 아치를 그렸다. 붕대를 감은 왼손 검지는 깁스를 한 상태였다. 배트를 제대로 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장타까지 날린 것. 대만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천제셴은 "코치님이 타격 연습을 해보라고 하셨다. 어느 정도 상태인지 알고 싶어 하셨다"며 "통증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까진 견딜 만하다"고 답했다.
천제셴은 5일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팀이 0-2로 뒤지던 6회 공격 도중 왼손 검지에 사구를 맞고 교체됐다. 진단 결과는 골절상. 대만이 호주에 0대3으로 패한 가운데 천제셴은 남은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6일 일본전. 천제셴은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0대13 콜드패. 2회에만 10점을 내준 대만은 3회 3점을 더 허용했으나, 단 1안타에 그친 채 또 다시 영봉패에 그쳤다. 대만의 쩡하오주 감독이 0-13이던 3회말 공격 상황에서 더그아웃에서 홀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경기가 7회 콜드 게임으로 종료된 후, 중계 화면에는 천제셴은 벤치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분을 삭이지 못하는 장면이 잡혔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천제셴은 부상 이후 "대주자, 대수비로라도 뛰고 싶다"는 의사를 코치진에게 전했다고 한다. 체코전을 앞두고는 배트까지 잡으면서 동료들을 고무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눈치다.
천제셴은 체코전을 앞두고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 팀 모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언제든 경기에 뛸 준비가 돼 있다. 결과를 떠나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동료들은 매우 긍정적이고 승리를 원하고 있다. 투지가 분명히 느껴진다"며 "오늘 정신적 승리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승리하고 싶다. 오늘은 다를 것이다. 모두가 대만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캡틴의 투혼 때문이었을까. 대만은 1회부터 번트 공세와 상대 실책을 틈타 2점을 뽑아낸 데 이어, 2회에는 대만계 미국인 스튜어트 페어차일드(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마이너)의 만루포까지 보태 타격 반등에 성공했다. 마운드가 체코 타선을 침묵시킨 가운데, 대만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결국 14대0, 7회 콜드승으로 경기를 마쳤다. 콜드패 이튿날 콜드승의 진기록.
대만은 8일 낮 12시 도쿄돔에서 한국과 C조 최종전을 치른다. 16이닝 동안 단 4안타, 무득점에 그쳤던 대만 타선이 체코를 폭격하면서 되살아난 점은 류지현호에겐 적잖이 신경 쓰일 만한 부분. 대만 매체들은 '한국전까지 잡으면 상황에 따라 결선 라운드 진출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류지현호는 7일 도쿄돔에서 일본전을 치른 뒤 배수의 진을 친 대만(8일), 다크호스 호주(9일)와 잇달아 맞붙는다. 오로지 승리를 향해 달려가야 할 한국 야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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