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둔 한미약품의 '또다른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구도는 달라졌다.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아닌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전문경영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갈등이다.
양측의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한미약품 주총에서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리는데 기여한 박 대표의 연임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주주의 성추행 임원 비호 논란 제기…반박→재반박 '폭로전'
지난 2020년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모녀 측(송영숙·임주현)과 형제 측(임종윤·임종훈) 충돌 당시 신동국 회장이 나서면서 해당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러나 회사 내부적으로는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도 경영 간섭을 지속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팔탄공장 고위 임원의 성추행 사건 징계 과정에서 신 회장의 압력과 비호가 있었다는 박재현 대표의 주장이 나오고, 이에 대한 신 회장의 반박과 박 대표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폭로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공방은 외부 공익 제보 채널에 접수된 한미약품 팔탄공장 성추행 신고건에 대한 '면죄부' 논란에서 촉발됐다.
박재현 대표는 지난달 신 회장의 압력으로 성추행 의혹이 있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고 해당 임원이 자진 퇴사했다고 주장하며 일부 매체에 녹취를 전달했다. 신 회장이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저가 원료의약품으로의 교체를 강제 추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미약품 본부장과 각 본부 임원들은 신 회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본사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팔탄·평택공장 직원들도 상경해 집회를 진행했다. 임직원들은 사내 성추행 피해자와 구성원에 대한 공식 사과와 경영 간섭 중단, 이사회 차원의 견제 장치 마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동국 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녹취록 의혹이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해당 녹취는 성비위 조사와 징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조사나 징계 절차를 방해했다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또한 박 대표가 연임을 부탁했던 자리에서 녹취가 이루어졌다면서, 경영 간섭 논란과 관련해서는 대주주로서 구매·생산 분야 점검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임직원 100여 명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입장문을 통해 재반박에 나섰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자신을 '연임이나 청탁하러 온 사람' 운운하고, 한미 구성원을 비리 조직처럼 취급하는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신 회장에게 성비위 임원 조사 사전 누설 여부, 전문경영인 체제 훼손, 의약품 원료 변경 지시 책임 등을 공개 질의한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 상황 속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5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해야 한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지지를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송 회장의 입장이 주총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신뢰도 타격 불가피…국민연금도 지분 축소
이처럼 한미약품의 내부 진통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린 실적이 평가절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지난해 매출 1조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그러나 또다시 내부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경영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동국 회장은 지난달 13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장외 매수하며 자신과 한양정밀 지분율이 29.83%로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송영숙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63.89%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대주주의 지분 확대가 본격적 경영 참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 대표의 연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기 연장 여부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직 주총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달 말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시된 국민연금의 한미약품 지분 축소(11.29%→11.04%)가 이같은 리스크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종목 비중을 축소하는 패턴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144만1094주였던 국민연금 보유 한미약품 주식은 2월 27일 기준 2만6604주 감소한 141만4490주로 집계됐다.
김소형 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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