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일본판' 강백호가 탄생할 조짐이다. 대표팀이 고전할 때 멍석말이 작태가 벌어지는 건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걸까.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 겨울 미국 진출에 성공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시카고 화이트삭스)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8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호주전에서 뜻밖의 혈투를 펼친 끝에 4대3으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대만전 13대0, 한국전 8대6에 이은 3연승이지만, 한국전에 이어 고전이 이어지자 또한번의 '세계 제패'를 염원했던 일본 야구팬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미국은 물론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세계적인 야구 강국들을 상대해야하는데,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야마모토 요시노부-스즈키 세이야를 비롯한 메이저리거 다수가 출격한 이번 대회에서 이미 조별리그에서조차 힘겨운 경기가 이어짐에 대한 비판이다.
이 와중에 뜻밖의 논란마저 불거졌다. 이날 호주전 현장에는 나루히토 일왕-마사코 황태자비 부부와 아이코 공주가 찾아와 경기를 관람했다.
그런데 이들이 퇴장할 때 무라카미의 태도가 '무례했다'는 것. 상황을 살펴보면, 중계 카메라는 당연스럽게도 오타니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때 오타니와 스즈키 등 다른 일본 선수들은 박수를 치거나 손을 모으며 일왕의 방문에 감사를 표한 반면, 그 앞에 있던 무라카미는 껌을 씹으며 단단하게 팔짱을 낀 채 이를 풀지 않았다는 것. 홀로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일본 야구팬들은 X(전 트위터)와 야후 재팬 등 SNS와 커뮤니티에서 '무례하다', '실망스럽다', '순간 잘못 본 것이길 바랐다', '오타니 같은 선배를 곁에 두고도 배우는게 없나' 등 무라카미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는 앞서 강백호가 대표팀에서 태도 논란으로 맹비난을 받았던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강백호는 2020 도쿄올림픽 당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6-10으로 역전당해 패색이 짙어진 8회초,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이에 당시 해설을 맡았던 레전드 박찬호가 '강백호 선수처럼 저런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질지언정 끝까지 미친듯이 파이팅을 해야한다'며 절실함 부족을 소리높여 지적했다.
대회 전부터 선수 선발을 두고 커졌던 논란, 결국 동메달 획득조차 실패한 당시의 부진한 성적, 레전드의 발언이 겹쳐져 당시 대표팀은 '배부른 돼지' 논란에 직면했다. 특히 강백호는 그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강백호는 당시 대표팀에서 가장 간절한 선수 중 하나였다.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인 만큼 강백호 자신의 군 문제가 걸려있었기 때문. 당시 5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한 오승환이 내려가고 김진욱으로 마운드가 교체되는 상황인 만큼 소리높여 응원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강백호는 당시 초상집처럼 축 처져있던 더그아웃 분위기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시범사례로 포커스가 맞춰지며 다소 억울한 비난을 받았던 셈.
훗날 강백호는 사과의 뜻을 표하는 한편 '너무 긴장해서 껌을 계속 씹다보니 벌어진 일로, 이날 타격감이 좋아 뱉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강백호는 이날 6-5로 뒤집는 1타점 적시타를 치는 등 대표팀 타선의 중심 역할을 했다.
강백호는 2023 WBC 때도 비슷한 입장에 처했다. 호주전 4-5로 지고 있던 7회초, 2루타를 치고 나가 세리머니를 하다 아웃되는 이른바 '세리머니사'를 당한 것. 이 장면은 전세계로 퍼졌고, 결국 한국이 7대8로 패하면서 결국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로 이어졌다. 강백호는 당시에도 4경기 타율 5할의 불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개인의 호성적은 논란과 대표팀 부진에 묻혔다.
무라카미는 같은 대회에서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멕시코와의 준결승에서 끝내기 적시타를 쳤고, 결승전에서도 동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반전을 이뤄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오타니, 스즈키, 요시다 마사타카 등 다른 메이저리거들이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뜨거운 컨디션을 과시하는 반면 무라카미는 그만한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지 못한 점도 비난이 집중되는 이유일 수 있다.
다만 그렇기에 무라카미 역시 강도높은 긴장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고, 결국 호주전 승부를 가른 4점째 득점을 올리는 과정이 무라카미의 볼넷으로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억울할 만도 하다.
한편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대만에 잇따라 패하며 탈락 위기에 처한 상황. 국내 야구팬들은 이날 호주전에서 기적이 벌어지길 기원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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