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300억원 문제가 아니라, 이러다 메이저리그 가겠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 전, 한국 야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한화 이글스가 4번타자 노시환과 11년 총액 307억원이라는 믿기 힘든 조건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계약 기간과 금액에, 이 선수가 이런 대우를 받을만한 선수인지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더해지며 야구계가 시끄러웠다.
앞으로 대박을 노릴 선수들에게는 확실한 '인도자'였다. 이제 야구만 잘하면 이런 규모 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기 때문. 그래서 얘기가 나온 선수가 바로 LG 트윈스 4번타자 문보경이다.
문보경은 노시환 못지 않은 성적으로 LG의 두 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홈런이 노시환에 비해 부족한데, 이는 잠실구장 영향. 타율, 타점 등은 영양가가 훨씬 높았다. 다만 문보경은 야수진이 두터웠던 LG 팀 특성상 1군 데뷔가 늦었고, 동기 노시환과 비교해 FA 년수를 채우는 게 부족했다. 문보경은 두 시즌을 더 뛰어야 첫 FA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WBC에서 두 사람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김도영, 위트컴이 3루를 점령한 상황. 문보경과 노시환의 1루 경쟁이었는데 문보경이 연습경기부터 엄청난 타격감으로 자리를 선점했다. 노시환은 3루로도, 1루로도 나가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노시환이 기회를 잃은 사이 문보경이 날아올랐다. 체코전 만루홈런을 시작으로 식지 않은 타격감. 일본전 수비 도중 펜스에 부딪혀 몸이 좋지 않았지만, 류지현 감독은 대만전 지명타자로라도 문보경을 출격시켰다. 그의 타격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보경은 가장 중요했던 호주전 하이라이트 필름을 썼다. 혼자 4타점. 정말 중요할 때마다 문보경이 해결해주며 5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는 선수들의 압박감이 덜해졌다.
조별리그 13타수 7안타 타율 5할3푼8리 2홈런 11타점. 중요한 건 그냥 감이 좋아 잘 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문보경은 대회 내내 힘을 빼고, 욕심 내지 않고 결대로 밀어치는 스윙을 보여줬다. 타격 기술이 경지에 오른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 슬럼프가 없을 야구다. 큰 대회 경험까지 먹은 문보경이 더 무서워질 수 있는 이유다.
LG가 머리 아파지게 됐다. 300억원 문제가 아니라 이러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주목하게 생겼다. 마이애미에서도 이런 활약을 이어간다면, 더 확실한 스카우트 타깃이 될 게 뻔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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