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0일 일본 도쿄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에 도전하는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 애칭)을 응원하기 위해 자리한 4만여 대관중은 침묵에 휩싸였다. 140㎞ 안팎의 느린 직구, 120㎞대의 변화구에 '디펜딩챔피언' 일본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수 차례 위기가 있었음에도 노련한 투구와 수비 도움 속에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4⅔이닝 6안타 3탈삼진 무실점. 대회 규정에 따라 한계 투구수 탓에 마운드를 내려온 투수를 향해 모든 관중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주인공은 온드레이 사토리아. 그는 2023년 대회 당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헛스윙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사토리아는 오타니 뿐만 아니라 라스 눗바, 곤도 겐스케,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 일본이 자랑하는 쟁쟁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3년 만에 다시 일본전에 나선 사토리아는 이번에도 빼어난 투구를 펼치며 '일본 킬러' 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MLB닷컴은 '체코에서 전기 관련 공사 감독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토리아를 알아보는 이는 거의 없지만, 그는 일본에서 스타다. 사람들은 그의 손을 잡고 선물을 주거나 사인을 받고 싶어 한다. 지난해 오사카에서는 두 번이나 사인회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일본전은 사토리아의 체코 대표팀 은퇴 경기였다. MLB닷컴은 '사토리아는 체코에서 직장 및 선수 생활을 계속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국제 대회 출전'이라며 '그는 국제 대회 출전 및 대표팀 훈련에 쏟았던 시간을 줄이고 가족에게 할애하려 한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은퇴하고자 하는 열망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토리아를 비롯해 의사, 소방관, 연구원 등 다양한 본업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체코는 이날 7회까지 일본과 0-0의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비록 8회 불펜이 무너지면서 9실점, 0대9로 패했으나 3전 전승으로 다소 느슨해졌던 일본에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게 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이날 선발 등판한 사토리아의 투구가 발판이 됐음은 자명하다. 열정 하나로 뭉쳐 먼 일본까지 날아와 투혼을 선보인 이들의 경기력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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