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럴 거면 대체 왜 갔을까?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30)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온 건 조롱 뿐이기 때문. 후라도는 8일(한국시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히람 비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A조 최강팀 푸에르토리코전에 선발 등판, 5이닝 3안타 4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 역투로 1-0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파나마는 후라도가 만든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0회 3대4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적어도 후라도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 후라도는 건강하게 잘 던지고, 파나마는 조기 탈락하는 것이 삼성이 바라는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바람, 그대로 됐다. 파나마는 10일 최약체 콜롬비아전에서 패하며 3패로 A조 최하위 탈락이 확정됐다. 후라도가 투구수 제한으로 등판할 수 없었던 상황에 벌어진 비극.
하지만 탈락이 문제가 아니었다.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난동을 부리며 감독에게 항명하는 추태가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문제의 선수는 전직 메이저리거 조나단 아라우즈. 이날 교체 출전한 그는 평범한 2루 땅볼을 친 뒤 산책주루 끝에 아웃됐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아라우즈는 돌연 호세 마요르가 감독을 향해 급발진 하며 더그아웃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코칭스태프가 몸을 날려 그를 제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은 피했지만, 이 장면은 고스란히 중계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아라우즈가 이번 대회 단 5타석(선발 1경기)만 기용된 것에 강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졸지에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파나마. 조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대표팀 출전을 강력하게 희망하며 삼성 구단에 양해를 구했던 후라도도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대회 직후 바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던 후라도는 최하위 탈락과 조롱으로 인한 충격을 추스리며 귀국 일정을 알아보고 있다. 최하위 탈락도 모자라 전 세계에 '콩가루 집안'을 인증한 상황. 부끄러움이 후라도의 몫이 되고 말았다.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라도의 귀국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분위기가 어수선한 데다 마음도 복잡해 여러가지 귀국 준비가 살짝 늦어지고 있는 상황.
삼성 구단 관계자는 "현재 후라도와 귀국 일정을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설명했다. 생각한 것보다 하루 이틀 늦어지더라도 몸상태가 완벽한 만큼 개막 일정을 맞추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
다만 신경쓰이는 점은 후라도의 마음 상태다. 행여 상처를 안고 돌아온다면 시즌 초 유일한 에이스 중책을 맡겨야 할 삼성 입장에서 썩 반가울 일은 아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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