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괜히 '우승후보'가 아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류지현호와 맞닥뜨릴 도미니카공화국은 본선 1라운드 D조를 4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전승이라는 결과 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최강팀'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모습을 선보였다.
D조는 이번 대회 본선 1라운드 죽음의 조로 평가 받았다. 니카라과가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도미니카공화국 못지 않은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 베네수엘라에 다크호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까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은 니카라과(12대3)를 시작으로 네덜란드(12대1, 7회 콜드승), 이스라엘(10대1)을 상대로 모두 두 자릿수 점수를 뽑아내며 승리를 가져갔다. D조 마지막 경기였던 베네수엘라전에서는 홈런 4방으로 7점을 만들며 승리를 챙겼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라운드 타격 지표 대부분을 휩쓸었다. 팀 타율이 무려 0.313, OPS(출루율+장타율)는 1.130에 달한다. 4경기에서 총 41점을 얻었고, 13홈런 40타점을 올렸다. 볼넷도 33개나 얻어내는 등 '눈야구' 실력까지 증명했다. 17년 만에 1라운드를 통과한 한국은 1라운드 팀 타율이 0.243, 5홈런 25타점, OPS 0.796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1라운드 참가 20팀 중 유일하게 팀 타율 3할을 넘겼다. 홈런도 최대 이변의 팀으로 꼽히는 이탈리아(12개)와 함께 유이하게 두 자릿수를 찍었다.
투수력도 만만치 않다. 4경기 팀 평균자책점은 2.38, WHIP(이닝딩 출루허용률)은 1.03이었다. 피홈런은 단 2개만 허용했고, 볼넷 12개를 내준 반면 탈삼진은 37개를 자밥았다. 피안타율도 0.187에 불과하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대회 참가 전부터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을 끌었다. 후안 소토(뉴욕 메츠)를 비롯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이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 오스틴 웰스(뉴욕 양키스) 등 빅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모두 승선했다. 1~9번을 모두 20홈런 이상 타자로 채울 수 있는 엄청난 라인업을 본 MLB닷컴은 대회 전 내놓은 파워랭킹에서 타격 면에선 미국보다 앞설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았다. 1라운드를 통해 그 위력을 여실히 증명했다.
류지현호와 도미니카공화국은 14일(한국시각)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8강전을 치른다. 14시간 동안 1만2000㎞ 넘는 거리를 날아온 한국과 달리 도미니카공화국은 마이애미에서 1라운드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익숙한 환경과 체력적 부담이 없는 가운데 한국전을 치르는 도미니카공화국이 사실상 어드밴티지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국 야구가 WBC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최근 국제대회 맞대결은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결정전. 당시 한국은 빅리거가 포함되지 않았던 도미니카공화국에 3대4로 져 노메달에 그친 바 있다. 이번 대회 도미니카공화국의 전력은 당시와 비교하면 몇 수 앞서 있다는 평가다.
선수 면면이나 1라운드에서 드러난 전력을 따져보면 한국의 열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첫 대회였던 2006년 당시 데릭 지터, 켄 그리피 주니어 등 레전드 타자에 당시 빅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였던 돈트렐 윌리스를 앞세운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한국 야구다. 이번 경기 역시 '우승 후보'로 평가 받는 도미니카공화국이 1라운드 통과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한국보다 승리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쾌한 도전'에 나설 한국 야구가 또 다시 기적을 쓸 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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