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뒤돌아보지 않을 겁니다. 앞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한국 야구 모든 관계자들, 팬들에게 제리드 데일은 '은인'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년 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였던 한국 야구 대표팀. 마지막 호주전에서 2실점 이내, 5점차 이상 승리를 거뒀어야 했는데 6-2로 이기던 9회 마지막 공격에서 호주 대표로 뛰던 데일이 천금(?)의 실책을 저질러줘 소중한 7번째 점수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일에게는 큰 상처였다. 호주가 사상 첫 8강에 오르는 길을 자신이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중요한 순간 큰 실책에 선수 커리어가 꼬이는 경우도 많았다. 공교롭게도 데일은 올시즌 아시아쿼터로 처음 KBO리그에서 뛰게 된 선수. 뭔가 감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버렸다.
그렇게 데일은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대회 종료 후 하루 짧은 휴식을 취하고 광주에 도착했다. 몸상태를 점검받고, 13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부터 훈련에 참가했다. 이날 대타로 한 타석만 소화했고, 14일 KT 위즈전에 처음 선발로 나섰다. 이범호 감독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할 데일에게 휴식을 더 줄까도 고려했지만 데일이 "빨리 타석에 나가 적응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다.
데일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KT전에서 맹활약했다.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 안타, 두 번째 타석 볼넷, 세 번째 타석 희생 번트로 제 역할을 했다. 희생번트는 사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선택했다. 수비에서도 큰 문제 없이 이날 4이닝 경기를 마쳤다.
데일은 "챔피언스필드에서 처음 경기를 뛰어 너무 좋았다. 많은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그 이름을 하나하나 다 들을 수 있었다. 팬들의 환호성과 응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데일은 번트 상황에 대해 "4-4 동점이었다. 무사 1루였다. 1점 더 얻으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 때 어떤 플레이를 해야하는지 생각하고 판단했다. 시범경기니 그냥 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니 내가 하고픈 플레이를 연습해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정규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데일은 정규시즌에도 1번 타순에 들어갈 확률이 생기고 있다. 데일은 이에 대해 "마이너리그 시절 1번 경험이 있었다. 물론 커리어 전체적으로 많지는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내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1번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공도 많이 보고,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스타일 말이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전 마지막 실책 장면.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데일은 "사실 그 순간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먼 선수다. 그래서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나갈 생각만 했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데일은 KT전과 같은 경기만 계속 보여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다시 한 번 밝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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