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지금은 오히려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는 시기다."
캠프 당시 삼성 라이온즈를 덮친 '팔꿈치 잔혹사'를 지켜본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한마디. 당시 던진 경계 경보가 한달도 안돼 현실이 되고 있다.
주축 투수들의 잇따른 줄부상으로 위기설에 휩싸였던 삼성이 'WBC 에이스'의 복귀와 강력한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우승 후보로서의 위용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의 시즌 초는 안갯 속 처럼 불투명했다.
1선발 맷 매닝과 필승조 이호성이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고, '토종 에이스' 원태인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WBC 대표팀에서 낙마하는 등 마운드 집단 붕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강력한 산인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시각은 달랐다.
염 감독은 "개막 직전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수준급 자원들이 쏟아지는 시기"라며 삼성이 오히려 더 강력한 투수를 데려올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16일 영입된 잭 오러클린이다. 1m96, 101㎏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 강속구와 다채로운 변화구를 앞세운 오러클린은 이번 WBC에서 한국 타선을 잠재우며 이미 실전 검각과 구위를 검증받았다. "의외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염 감독의 우려가 삼성에게는 희망의 현실이 되고 있는 셈.
오러클린 영입과 에이스 후라도의 귀국 소식이 전해진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시범경기는 삼성의 '우승 후보 복귀'를 알리는 전격적인 쇼케이스였다.
선발 집단붕괴 속 대체 1선발 무게를 책임감으로 바꿔낸 선발 최원태는 5이닝 동안 단 49구로 SSG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8대0 대승을 견인했다. 매닝의 빈자리를 채울 '뉴 에이스'로서 손색없는 투구였다.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WBC를 마치고 실전 몸상태로 복귀를 앞두고 있고, 오러클린 역시 WBC에서 실전 투구를 했던 터라 삼성은 개막 부터 최원태-후라도-오러클린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삼각 편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타선 역시 홈런 3방(이재현, 류지혁, 디아즈)을 터뜨리며 화력을 과시했다.
특히 '슬로우 스타터' 르윈 디아즈의 마수걸이 홈런은 삼성의 득점권 활력이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정상적으로 우상향을 보이고 있음을 입증했다.
박진만 감독은 승리 후 "최원태 선수가 안정적인 피칭으로 좋은 흐름을 만들었고, 타선에서도 홈런과 장타가 나오면서 경기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팀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불펜 필승조 이호성의 부상 이탈이라는 아픈 구석은 여전하지만, 적어도 외국인 투수진의 재정비와 전체적인 마운드의 업그레이드로 삼성은 다시 '우승 모드'를 재가동하는 모양새.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삼성 라이온즈. 라이벌 팀들의 경계심이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삼성이 2026시즌 '전화위복'의 드라마를 완성하며 대권 도전에 나설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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