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절실하지 않겠습니까?"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삼성 라이온즈 이종열 단장은 이날 팀에 합류한 새 외인투수 잭 오러클린(26)을 언급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러클린은 현 시점에서 삼성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손에 쥔 카드였다.
맷 매닝의 갑작스러운 팔꿈치 수술 소견으로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 설상가상 원태인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 합류가 힘들어졌다. 두 핵심 선수가 아플 당시 파나마 대표팀에 차출된 후라도의 복귀 시점도 미지수였다.
그래서 WBC를 주목했다. 가장 빠르게 실전 몸상태를 만든 투수들이 출전하는 대회.
우선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한 헤이수스 영입 작업이 불발되자 생각을 바꿨다.
굳이 완전 대체선수를 쓸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 대만, 한국전에서 호투한 호주 대표팀 잭 오러클린이 급부상했다. 개막 투입이 가능한 150㎞를 뿌리는 좌완 투수. 최상의 조합이었다. 미국 내 소속팀이 없는 호주선수. 부상대체 선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삼성은 단 돈 5만 달러로 '보험'을 들 수 있게 됐다.
적응 잘해서 잘 던지면 쭉 가고, 적응 못해서 못 던지면 바꾸면 그만이다.
급하게 완전 교체 카드를 썼다가 망하면 그야말로 퇴로가 없는 상황. 그런 면에서 삼성은 또 한번 카드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게 됐다. 게다가 선수는 주어진 6주간 절실함에 사력을 다해 던질테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오러클린에게는 어지간한 대체 외인 수준 못지 않은 기대감이 있다.
1m96 장신의 좌완 투수인데 평균 148㎞, 최고 152㎞에 제구가 되는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슬러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어디가서 이런 투수 구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의 기대도 크다. 특히 ABS 환경에서 큰 키에서 각도에 주목했다. 17일 오러클린을 처음 만난 박 감독은 "생각보다 키가 크고 몸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다"며 "처음이라 그런지 쑥스러움을 타는 순진한 면이 있더라. 잘 부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6 WBC 한국-호주전 당시의 투구를 지켜봤다"며 "키가 커서 투구 각도가 좋아 상하 모서리에 꽂히는 공은 타자들이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ABS 적응을 마친다면 국제대회 때보다 더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
즉시투입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오러클린. 실전 투입도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오는 금요일(20일) 창원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약 2이닝, 40구 내외를 소화할 예정이다. 일본에 머물다 온 터라 시차적응도 필요 없다.
박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다"며 "오러클린은 바로 게임을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갖췄기에 영입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이어 "선발 몇 번째냐는 아직 투구 수를 조금 끌어 올려야 되는 상황이라 지켜봐야 되겠지만 개막 로테이션에는 들어오는 걸로 지금 계획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일단 6주 단기 계약 형태지만, 현장의 기류는 '그 이상'이다. 박 감독은 "본인이 6주 동안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 역할을 꾸준히 해준다면, 이미 적응을 마친 선수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성적에 따른 계약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첫 훈련에 임한 오러클린도 강한 의욕을 보였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 "구종이나 카운트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곳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밝힌 그는 "첫 번째 목표는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팀을 돕다 보면 6주 뒤에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겠나. 시즌 끝까지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기 대체 자원' 그 이상의 강렬한 존재감. 최상의 투트랙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 한 삼성이 오러클린과 함께 윈-윈을 꿈꾼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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