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미국)=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베네수엘라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미국은 2회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베네수엘라를 이끈 오마르 로페즈 감독은 우승 기자회견에 코치진 전원을 대동해 존경심을 표현했다. 패장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은 침통한 표정은 커녕 이따금 미소까지 지었다.
베네수엘라는 18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대2로 꺾었다. 베네수엘라는 이른바 '마두로 매치'에서 승리하면서 동시에 2023 WBC 8강전 패배를 설욕했다.
이번 대회는 미국이 주최측 입장을 활용해 8강 대진표를 입맛대로 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과 일본을 토너먼트 양 끝에 배치했다. 결승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안배했다.
게다가 미국이 결승에 오르면 하루 휴식, 반대편에서 오른 팀은 이틀 연속 경기하는 일정을 짰다. 미국은 2023년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패했다. 이를 되갚으면서 우승해 흥행 대박을 꿈꾸는 노림수로 풀이됐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4강에서는 결정적인 스트라이크 판정 2개가 미국의 승리로 직결됐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꿍꿍이를 차근차근 박살냈다. 베네수엘라는 8강에서 일본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4강에서는 대회 최대 돌풍의 팀 이탈리아를 잠재웠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상대로 결정되면서 정치적 이슈까지 불거졌다. 지난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군사력을 사용해 체포했다. 베네수엘라는 자신들의 대통령을 잡아간 나라와 WBC 결승에서 만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2-0로 앞선 8회말, 동점 2점 홈런을 맞았다. 분위기가 넘어갈 만도 했지만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론디포파크는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 베네수엘라는 9회초 결승점을 뽑았다.
패장 데로사 감독의 표정은 어찌된 영문인지 여유로웠다.
데로사 감독은 "다음 대회에도 감독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온다면 100% 하겠다.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보면 알게될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2주가 넘게 함께 훈련하면서 서로에게 헌신하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번번이 우승에 실패한 경기력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겠다. 모든 선수들이 사실 개막에 컨디션이 맞춰져 있다. 궁극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타격감이 살아나는 팀이 이긴다. 이번 대회 우리 팀은 공격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고 곱씹었다.
로페즈 감독은 개선장군처럼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자신과 함께한 코칭스태프 전원을 이끌고 들어왔다.
로페즈 감독은 "챔피언이 되면 이 순간을 꿈꿔왔다. 모든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자회견에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제 뒤에서 함께 해줬다. 정말 기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코치진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베네수엘라 주장 살바도르 페레즈는 "국민 모두가 우리가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흑백 TV로 경기를 보며 응원하시는 분들도 많다. 진심을 다해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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