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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DH만 시키려고 했는데…162km 마무리 불발 이유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창간 인터뷰②]

by 나유리 기자
국가대표팀 류지현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WBC를 마친 소회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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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정말 제 인생을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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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창간한 스포츠조선의 36주년을 맞아 류지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류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17일 서울 시내에서 스포츠조선과 후일담을 나눴다.

①편에서 이어진 류지현 감독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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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선수들이 캠프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는데, 특히 몇몇 투수들은 시즌에 준하는 컨디션은 아니었어요. 이게 그만큼 어려운건가요?

루틴이란 게 있으니까요. 4년에 한번인 대회니까 처음 해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죠. 20일 이상 감각을 앞당기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서 예전에도 잘못 준비하다 부상 때문에 1년을 망친 선수들도 꽤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사전 캠프(사이판) 필요성을 계속 KBO에 이야기 했고, 구단들의 동의도 있었는데 10개 구단 전부 협조를 잘해주셨어요. 우리나라는 날씨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메이저 선수들은 잘 안쉬어요. 2~3주 정도만 쉬고 계속 공을 던져요. 예전에 박찬호가 선수생활할때, 제가 LG 코치였는데 12월 잠실 야구장에 눈이 쌓였는데 80m 캐치볼을 하더라고요. 제가 '너 미쳤니?' 그랬어요. 근데 이러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그 선수들의 루틴인거에요.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은 휴식이 조금 더 길죠. 그렇게 쉬면 또 몸을 다시 만드는데 그만큼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하죠. 노경은 같은 선수는 거의 안쉬고 계속 던지는데, 그건 나이 때문인 것도 있어요. 나이든 사람들은 완전히 쉬어서 근육이 풀려버리면 다시 만드는 게 힘들고 어려운 걸 본인이 아는거죠. 본인 스스로의 루틴이 있어야 하는거에요.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휴식 없이 강요를 할 수는 없어요. 10년, 15년, 20년을 해야하는데 피로 누적이 될 수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잘 판단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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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호주의 경기, 2회초 무사 1루 문보경이 선제 2점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9/

-문보경은 수비를 하다가 허리 부위에 통증이 발생했었는데요.

사실 보경이는 오키나와 캠프때부터 허리가 안좋아서 주사 치료를 받았어요. 근데 펜스에 부딪히면서 그 부위에 자극을 받아 지명타자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만약 김도영이 준비가 안돼있었으면 라인업이 완전히 꼬일 뻔 했어요. 교통 정리가 안되고, 지명타자가 너무 많이 생기는거죠. 근데 도영이가 차근차근 준비를 잘해놔서 바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준 게 엄청 큰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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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이 3루 수비 준비를 계속 해오던 상황 아닌가요?

개인적인 생각은 도영이는 웬만하면 지명타자까지만 시키려고 했어요. 공격력을 조금 더 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년 햄스트링 부상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자칫 제가 욕심을 부려서 문제가 생기면 국가대표도, 소속팀도 문제잖아요. 그래서 지명타자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영이가 준비를 해주면서 보경이가 다쳤을 때도 라인업에 문제가 없게 해줬어요. 보경이도 살고, 도영이도 살았어요. 정말 크죠. 김도영이 준비를 잘 해준 게.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호주의 경기, 김도영과 위트컴이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9/

-솔직히 궁금했던 것은, 선수들의 부상이나 컨디션 관리를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까지 신경쓰시는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구단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걸 최소화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그래야 대표팀도 건강해져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서로 불신만 쌓여요. 최대한 줄일 방법을 찾는 거죠. 작년에 원태인, 문동주, 손주영을 11월에 도쿄돔 평가전에 데리고 갔잖아요. 그 친구들은 앞으로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들을 해줘야 하는 3명이라고 본거예요. 그런데 작년에 다들 많이 던졌죠. 하지만 도쿄돔 체험도 해보고 분위기를 보고 와야 우리가 기대하는 경기력이 나오겠다 싶어서 이 친구들은 '안던지겠다' 약속하고 데리고 간거였어요. 물론 저는 (등판 질문이 나오면)말을 계속 돌릴 수밖에 없었어요. 평가전 이겨보겠다고 원태인, 문동주를 무리하게 썼으면 지금 얼마나 아찔했겠어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호주의 경기, 2회말 투구를 앞둔 손주영이 몸의 이상을 호소하자 류지현 감독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손주영은 노경은과 교체됐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9/

-원태인과 문동주가 부상으로 최종 로스터에서 탈락했을때 진짜 심경이 어떠셨나요.

이제는 말할 수 있죠. 그때만 해도 내가 어떤 말을 하면 다른 선수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정 선수들에게만 너무 기대를 하고, 우리는 소외되는거 아니냐고 할까봐 속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참아낸거죠. 내가 이러면 안된다, 초연해야 한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이제 대회가 다 끝났으니. 저희가 생각했던 최상의 멤버들, 한명도 빠지지 않은 베스트 멤버였다면? 한명도 빠지지 않은 베스트 멤버였다면 1라운드에서의 로테이션도 바뀌었을 거고, 더 경쟁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 지금보다 경기력도 덜 아쉬웠을거라는 생각도 들죠.

원태인과 문동주의 제외가 확정된 후에, 삼성과 한화 구단에서 전화가 왔어요. "정말 잘 준비시켜서 보내려고 했는데 죄송하다"고 하면서.

-라일리 오브라이언 합류 불발은 구단이 차출을 반대했나요?

구단도 그렇고, 선수도 그랬던 것 같아요. (시범경기)초반 2경기가 너무 안좋았어요. KBO 팀장이 선수와 직접 연락을 해왔고, 본인은 어떻게든 오고 싶어했어요. 안오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근데 첫번째 등판보다 두번째 등판 내용이 더 안좋았어요. 그러니까 구단도 '지금 가서는 안되겠다'고 했던거고, 본인도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딱 하루전에 최종 답변이 오더라고요.

국가대표팀 류지현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WBC를 마친 소회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3.17/

-귀국 인터뷰에서 국제 대회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결국 투수들의 실력이 향상된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학생야구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이유가. LG에서 나와서 처음 시작했던 게 KBO 넥스트 레벨 캠프였어요. 초,중,고 학생 선수들을 데리고 캠프를 2년 정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문체부와 KBO 지원으로 하는 데, 처음에는 단발성 프로젝트였지만 이제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프로 코치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환경이 이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처음에는 주저하던 학교들도 이제는 거부감 없이 서로 참가하고 싶어하는 캠프가 됐어요. 아마추어 육성에 있어서 어른들의 생각이 더 발전해야 하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야 합니다. 기본과 기초가 잘돼야 한다. 지금 수적으로 너무 부족한건 사실이에요. 그건 어쩔 수 없는거고, 우린 그 안에서 찾아내야 하죠. 솔직히 지금 아마 선수 육성에 있어서 KBO가 나서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안됩니다.

-또 아들이 지금 야구를 하고 있는 학생이니까. 더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KBO도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고, 관련해서 더 진행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5회말 한국의 류현진과 노경은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6.3.14 연합뉴스

-이번 WBC를 보면서, 한국 대표팀이 다시 이런 대회의 주연이 되는 날이 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결승까지 올라간 나라들이 부럽기도 했고요.

1,2회 대회때 해외파 선수들이 주를 이뤘어요. 그 선수들을 보고 놀란 게, 메이저리그 스타들과 견줘도 자기들이 정신적으로 동등하다는 마인드가 있었어요. 그게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뤘던 것 같아요. 이번에 해외파 선수들을 많이 뽑으려고 했던 것도 그때 느낀 부분들 때문이었어요. 정신적으로 지면 안된다. 우리 선수들 자체가 해외 선수들과 격차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첫번째로 들고요. 또 대표팀 자체가 대회가 있을 때만 잠깐씩 꾸려지면 안될 것 같아요. 정말 중장기적인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대표팀을 일관성있게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괜한 오해를 살까 싶은데, 중장기적으로 가지 않으면 계속 코칭스태프도 바뀌고, 선발 선수 기준도 바뀌고 단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건 이겨야 되는 게 아니고, 지지 말아야 하니까 부담감이 더 커요. 그리고 구단들과 상생해야 합니다. 대표팀이 잘되기 위해서는 결국 구단들과의 협업이 필요해요. 지금 우리 프로야구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팬분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폭넓게 한번 생각해볼 때인 것 같아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에 안주하지 말고, 이런 부분들까지도 계속 발전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제 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국가대표팀 류지현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WBC를 마친 소회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3.17/

-이제 당분간 어떻게 지내실건가요?

솔직하게 많이 지쳐있어요. 제가 한 팀에 29년 있었고, LG에서 보낸 시간 외에 제 인생을 걸었던 것이 바로 이번 WBC였어요. 사실 작년에 국가대표 감독은 독이 든 성배인데 왜 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했어요. 뭔가 하나를 더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제 인생을 걸었던 거예요. 지난 14개월 동안. 그러다보니 너무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고. 충전을 하는 시간이 조금은 필요할 것 같네요.(웃음)

청담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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