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두 선수를 어떻게 보면 나눠 쓰기도 아깝고…."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시범경기 막바지로 향하는 지금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하다. 대부분 교통정리가 됐는데, 딱 하나가 걸린다. 나성범을 지명타자로 기용할 때 우익수로 내보낼 확실한 백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동안 박정우와 김석환의 경쟁을 유도했지만, 지금까지 냉정히 합격점을 받은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에 앞서 현재 최대 고민을 물으니 "지금 (윤)도현이를 1루수를 시키고, (오)선우를 우익수로 연습을 시키고 있다. 아무래도 (나)성범이가 지명타자를 칠 때 우익수를 어떤 친구를 가야 될지가 아직까지 제일 고민이다. 그래서 도현이랑 선우를 같이 쓰는 방향을 이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도현으로선 반갑고, 오선우로선 썩 달갑지 않을 소식이다.
오선우는 지난 시즌 KIA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내·외야 가리지 않고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공백을 가장 살뜰히 채워준 선수였다. 2군 전력으로 빠져 있던 선수가 처음 1군에서 자리를 잡아 시즌 끝까지 완주한 의미 있는 시즌이었는데, 수비는 아쉬움이 남았다. 원래 1루수지만, 팀 사정상 코너 외야수를 병행하다 보니 수비가 흔들렸다. 1루수 실책 10개를 기록, 리그 불명예 1위에 올랐다.
심재학 KIA 단장은 오선우의 수비와 관련해 "사실 우리가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킨 것"이라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내야수와 외야수를 병행하는 게 당연히 쉬운 일도 아니고, 1군 풀타임 경험이 없었던 선수였기에 체력 부담도 매우 컸을 것이란 것.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시켰는데, 오선우는 묵묵히 가리지 않고 어디든 뛰었다.
오선우는 지난 시즌을 마친 직후 "내야에서 내야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 내야에서 외야로 왔다 갔다 하면, 1루 사이드 수비도 타구가 빠른데 있다가 외야에 나갔다가 하면 정말 힘들다. 뜬공을 잡다가 갑자기 땅볼을 잡으려고 하면 그것도 힘들고, 먼 거리를 던지다가 갑자기 짧은 거리를 정확히 던져야 하는 것도 힘들다. 송구 실책은 내가 거의 없는데 원래, 올해는 4번인가 했다. 1루에서 그런 실수가 나오더라"고 되돌아봤다.
오선우는 1루 수비 훈련에 모든 것을 쏟았다. 이 감독이 주전 1루수를 맡겨볼 테니 한번 제대로 준비해 보라고 판을 깔아준 것.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까지, 오선우의 목표는 오직 주전 1루수였다.
물론 지금도 주전 1루수는 오선우라는 기본 틀은 그대로다. 시즌을 치르면서 외야수 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나온다면, 오선우를 굳이 우익수로 돌릴 이유도 사라진다.
다만 당장은 오선우와 윤도현이 공존하는 라인업을 짜는 게 최선이라는 게 사령탑의 판단이다. 팀이 더 강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감독은 어떻게 보면 오선우와 약속을 일부 깰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 나성범과 김선빈, 김도영 등 지난해 부상으로 고생했던 선수들이 올해는 돌아가며 지명타자를 맡을 전망이다. 김선빈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 2루수는 윤도현, 김도영이 지명타자를 맡으면 3루수는 박민이다. 여기까지는 답이 딱딱 나온다.
나성범이 지명타자를 맡을 때는 우익수 오선우, 1루수 윤도현이 들어간다. 이래야 화력이 더 강해진다는 판단이다. 상대 우투수가 나왔을 때, 이창진을 기용할 때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맞는 조합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이 감독은 "선우랑 도현이가 둘 다 공격력이 좋은 친구들이다. 두 선수 중 한 명이 쉬는 것보다는 같이 쓰는 방향이 어떨까 고민하는 것이다. 두 선수를 나눠 쓰기도 아깝고, 여러 가지로 지금 딱 정해서 갈 수 있는 멤버가 아니기도 하니까. 야수 쪽에서는 부족한 부분은 이렇게 채우려 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대수비를 고려해도 (두 선수를) 초반에 쓰고, 뒤에 수비를 조금 더 강하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백업을 맡을) 우익수가 나오면 쓰면 되는데, 만약에 안 나올 경우도 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선우도 외야를 조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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