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개막에 맞춰 영점을 조정한 것일까.
삼성 라이온즈의 아시아쿼터 투수 미야지 유라(27)가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둔 마지막 실전 등판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선보였다. 시범경기 내내 디폴트(기본값) 처럼 따라다녔던 '볼넷'이 사라졌다.
하늘 높이 날리던 패스트볼 로케이션이 낮게 형성되며 안정감을 찾았다. 직구가 살아나자 유리한 카운트에서 각도 큰 포크볼, 슬라이더 승부가 통하기 시작했다.
미야지는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8회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1안타 무실점. 3타자를 상대로 12구 만에 이닝을 마쳤다. 스트라이크가 7개로 이전 피칭에 비해 안정적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제구였다.
앞선 5차례 등판에서 총 5이닝 동안 무려 9개의 볼넷과 1개의 사구를 허용했다. 매 경기 볼넷 2개가 '디폴트 처럼 따라붙었고, 이는 실점이나 위기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날 개막을 앞둔 최종 리허설에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돌아왔다.
첫 타자 카스트로를 상대로 초구부터 148㎞, 147㎞ 강속구를 잇달아 꽂아 넣으며 볼카운트를 선점했고, 142㎞ 고속 포크볼로 4구 만에 1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어 정현창에게 바깥쪽 148㎞ 하이패스트볼로 빗맞은 2루쪽 땅볼 타구를 유도했지만 코스가 좋아 내야 안타가 됐다.
하지만 미야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까다로운 후속 타자 박민을 상대로 145㎞직구로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하며 단 12구 만에 이닝을 마쳤다. 피칭 후 덕아웃으로 돌아온 미야지는 최일언 코치와 한동안 대화를 주고받으며 피드백을 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투구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최고 구속 149㎞를 찍은 직구는 위력적이었다. 130대 후반~140㎞ 초반대의 포크볼과 결합하자 KIA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고 직구 승부를 펼쳐 병살타를 끌어낸 장면은 믿음을 놓지 않은 박진만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박 감독은 22일 LG전을 앞두고 "미아지는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아직 게임 감각이 많이 없는 편이다. 캠프 때부터 게임 감각이 많이 부족했다. 적응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하지만 구위는 있는 선수라 적응만 하면 분명히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적극 감싼 바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정상궤도를 되찾아가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로써 미야지의 시범경기 최종 상적은 6경기 6이닝 2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3.00이 됐다.
이날 처럼 패스트볼 제구만 낮게 형성할 수 있다면 타자 앞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고속 포크볼과 예리한 각도의 슬라이더 위력이 배가될 전망. 개막 후 원래 구속인 150㎞ 초중반 구위를 회복한다면 '언터처블'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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