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한 달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석유 최고가격제, 조기 추가경정예산안 추진 등 과감한 정책의 '긴급 처방'을 진두지휘하며 충격 최소화에 전력투구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의 변수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상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인 만큼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당분간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관문에 수시로 맞닥뜨릴 것으로 관측된다.
공교롭게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이 대통령의 3박 4일 싱가포르·필리핀 출장을 하루 앞두고 발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며 김민석 국무총리 중심의 비상대응 체제를 구성했고, 싱가포르 도착 직후에도 엑스(X·옛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국민 여러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불안 심리 확산 차단에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귀국 하루 만인 지난 5일 곧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 재외국민의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 경제 충격 완화 대책을 쏟아냈다.
특히 이날 국무회의에서 30년 만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지시했고, 불과 8일 만인 13일부터 실제 이 제도가 현실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이 SNS에서 "최고가격제를 어기는 주유소를 발견하면 제게 신고해달라"며 직접 정책 홍보에까지 나선 결과 폭등 조짐을 보이던 석유 가격은 일단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추경 속도전'에도 나섰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조기 추경을 언급한 데 이어 1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골든타임을 허비하면 안 된다"고 독려했다.
이에 당정청은 불과 열흘 만인 22일 2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을 다음 달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로드맵까지 구성해 둔 상태다.
에너지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전도 긴박하게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란의 공격용 드론이 출몰하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직접 찾아 총 2천400만 배럴 규모 원유 도입을 약속받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발 빠른 대응의 배경에는 현 국면이 어느 때보다도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 나프타(납사) 공급 부족에 따른 전방위적인 산업 생산 차질, 환율 급등,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등 단기적인 경제적 충격이 작지 않다.
현 상황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중·장기적으로 앞날을 예견하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에서 보이듯 국민의 안전과 동맹 관계, 경제적 득실이 복잡하게 얽힌 난제가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도 알 수 없다.
이에 지난 25일 청와대는 강 실장이 중심이 되는 비상경제상황실을, 정부는 김민석 총리가 책임자를 맡은 비상경제본부를 각각 가동해 비상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두 조직이 서로 호흡을 맞추며 전쟁 여파가 최대 6개월까지 미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재명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번 위기를 세밀하게 잘 관리해야 국정 리더십을 유지하며 계획한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고 판단, 긴장을 늦추지 않고 총력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돌발 변수에 얼마나 노련하고 안정감 있게 대처하며 국익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의 전체 국정 성적표도 뒤바뀔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책을 준비하라"고 주문한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당부로 풀이된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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