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우승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화력 세고, 애정 넘치기로 유명한 삼성 팬들이 환호할 반가운 말이다. 하지만 감독이 이렇게 막 공언해도 괜찮은걸까. 긴 시즌 피할 수 없는 업다운 속에 돌아올 비난이 두렵지 않을까.
하지만 삼성 박진만 감독은 짊어져야 할 무게와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2026 개막을 맞는 삼성 라이온즈. 강한 팀인건 맞다. 하지만 절대 1강은 절대 아니다.
우승팀으로 꼽는 예상도 많지 않다. 객관적으로 5강 후보 중 강팀 그룹 정도일 뿐이다. 심지어 개막을 앞두고 부상 변수 등으로 생채기까지 났다.
삼성은 에이스 원태인이 팔꿈치 통증 재활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새 외국인 투수 멧 매닝도 개막 전 부상이탈로 급히 6주 단기알바 잭 오러클린으로 바꿨다. 이래저래 뒤숭숭할 수 있는 분위기.
하지만 삼성 박진만 감독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캠프 시작부터 개막 미디어데이까지 시종일관 "우승"을 외친다. 넘치는 자신감. 근거는 무엇일까.
박진만 감독은 스스로 "나도 성장하고, 우리 선수들도 성장했다"고 말한다.
지난 3년 간 시행착오 속 가을야구 성과를 거두면서 젊은 핵심 선수들이 폭풍성장했다. 그 가운데 박진만 감독도 '초보' 꼬리표를 뗐다.
눈 앞의 1승을 위해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교훈이 됐고, 강력한 자산이 됐다.
실제 박진만 감독은 올시즌을 긴 호흡으로 보고 있다 .시즌 초반 우려되는 부상 공백에 대해 그는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우선 급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1년을 세부적으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특히 시범경기를 총평하며 "부상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 외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확인시켜 주면서 팀이 오히려 탄탄해진 느낌"이라고 장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실제로 4, 5선발 자원이 급박한 상황에서 양창섭과 좌완 이승현이 시범경기를 통해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이며 박 감독의 시름을 덜었다. 대체 외국인 투수의 연착륙까지 더해지며 마운드 구상은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이번 시즌 삼성의 가장 큰 힘은 베테랑과 신예의 완벽한 조화다.
최형우 영입과 가세가 신의 한수였다. 폭풍 성장한 젊은 피들의 대폭발 원년의 보이지 않는 손이 될 전망. 박 감독 역시 "최고참 최형우와 강민호가 어린 배찬승과 같은 신예들과 나이 차를 잊고 편하게 대화하며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러한 팀워크가 실전에서 전력 이상의 가속도를 붙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테랑의 노련함에 신예의 패기가 더해진 '신구 조화'는 박 감독이 꼽는 필승 공식이다.
무엇보다 박진만 감독이 믿는 삼성 라이온즈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열혈 삼팬'이다.
박 감독은 "작년 10개 구단 최다 관중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주말 만원 가까운 관중과, 평일에도 1만 명 이상이 찾아주셨다"며 깊은 감동을 표했다. 라이온즈파크에서 더 큰 힘을 내는 이유가 바로 엘도라도를 열창하는 삼성 팬들의 무한 에너지 덕분이다.
박진만 감독은 "팬 여러분이 신바람 나게 만들어주시는 힘을 현장에서 직접 느낀다"며 "그 뜨거운 염원을 담아 우승을 목표로 강한 집념을 가지고 시즌을 치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우승을 하기 위해 계획하고 준비했습니다."
박진만 감독의 출사표는 간단 명료했다. 좌고우면 하지 않는 리더의 확실한 목표 설정. 그 좌표는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구심점이다.
선수와 격의 없이 소통하는 사령탑이 무한반복으로 우승을 확신하니, 선수도 덩달아 확신한다. 무의식의 실재화. 야구 같은 예민한 멘탈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 최면의 힘이다. 실제 가진 전력에 비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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