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동경은 관둡시다."
미국과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일본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런 연설을 했다. 선수라면 메이저리거가 되는 건 누구나 꿈꾸는 일. 그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를 만나는 자리는 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로 올라온 결승전인 만큼 진검승부를 벌이자는 뜻이었다. 일본은 거함 미국을 3대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일본의 우승 뒤 오타니의 연설 내용은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큰 울림을 전한 바 있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라이언 와이스(휴스턴 애스트로스)도 이를 실천했다. 와이스는 29일(한국시각) 홈구장 다이킨파크에서 펼쳐진 LA 에인절스전에서 팀이 2-5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2018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4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래 첫 등판.
출발이 썩 좋진 않았다. 선두 타자 잭 네토와 마주한 와이스는 1B에서 뿌린 95.1마일짜리 높은 코스 직구가 중월 솔로포로 연결되며 실점했다. 마이크 트라웃에게 볼넷을 내준 와이스는 놀란 새뉴얼에게 중전 안타까지 내주면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호르헤 솔레르를 삼진 처리한 뒤 요안 몬카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조 아델까지 삼진 처리하면서 더 이상의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휴스턴은 에인절스에 2대6으로 패했다.
와이스는 미국 시절 커리어를 마이너리그에서만 보냈다. 애리조나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그는 2022년 웨이버 클레임으로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자리를 옮겼지만, 1년 만에 다시 무적 신세가 됐다. 한때 독립리그에서 뛰던 그는 2023년 8월 푸방 가디언스(대만)에서 뛰었고, 2024년에는 다시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한화 이적이 '신의 한수'가 됐다. 2024년 6월 리카르도 산체스의 대체 선수로 한화에 합류한 와이스는 그해 16경기 5승5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하며 지난해 정규 계약을 따냈다. KBO리그 풀타임 시즌이었던 작년 30경기에서 16승5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하며 코디 폰세(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한화의 외인 원투펀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팬들로부터 '대전 예수'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 이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휴스턴과 1+1년 최대 1000만달러(약 152억원) 계약하며 빅리그 데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선발 로테이션 진입은 실패했으나, 불펜 진입에 성공하며 드디어 빅리그 데뷔를 이루게 됐다.
와이스는 휴스턴 지역지 휴스턴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멋진 경험이었다"고 빅리그 첫 투구를 돌아봤다. 이어진 소감은 뜻밖이었다. "솔직히 메이저리거가 되길 동경했다"고 털어놓은 와이스는 "하지만 동경심을 내려 놓으니 마음의 짐이 덜어졌고, 나 자신의 야구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반 세 타자를 상대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안정을 찾은 흐름을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 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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