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카드'의 반란. 숱한 시련을 겪고 돌아온 사나이의 어깨가 마침내 화려하게 빛났다. 키움 우완 투수 배동현이 무려 1767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감격적인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며 팀을 연패의 늪에서 건져냈다.
배동현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팀의 11-2 대승을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에게 이 1승의 무게는 남다르다. 2021년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구원승을 거둔 이후 무려 4년 5개월여, 일수로는 1639일 만에 거둔 통산 두 번째 승리다. 선발 투수 자격으로 마운드에 오른 것조차 한화 시절이던 2021년 5월 29일(1767일 전)이 마지막이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고 절치부심한 끝에 맺은 값진 결실이다.
사실 배동현의 올 시즌 출발은 끔찍했다. 지난 달 정규시즌 개막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8회 구원 등판했지만, 심우준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1선발 라울 안칸타라의 승리를 날렸다. 이후 오재원에게도 안타를 허용하고 아웃카운트 하나 못잡고 피홈런 포함 2안타 1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설종진 감독의 굳건한 믿음 아래 다시 기회를 잡은 그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1회말부터 최고 구속 148km에 달하는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SSG 타선을 압박했다. 첫 타자 박성한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배동현은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최정에게 좌전 안타,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잠시 위태롭게 보였지만 고명준을 맞아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어 던져 허를 찔렀고 3루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고 이닝을 끝냈다.
2회에도 첫 타자 한유섬부터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배동현은 최지훈을 1루 땅볼로 잡았고 조형우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허용했지만 정준재를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3회에는 시작부터 첫 타자 박성한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내줬지만 에레디아, 최정, 김재환 등 막강 타선을 범타 처리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4회에도 고명준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한유섬과 최지훈, 조형우를 연달아 중견수 뜬공, 최지훈을 삼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5회에도 2사 후 에레디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최정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정을 상대로 존 바깥으로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 방망이를 헛돌게 한 장면은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설종진 키움 감독은 경기 후 배동현에 대해 "만점 활약을 펼쳤다. 5이닝 무실점 호투로 맡은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며 "3월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부담이 있었을 텐데, 스스로 부담감을 잘 이겨내며 좋은 피칭을 선보였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극찬했다.
송성문 등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투수진의 줄부상으로 마운드 운용에 골머리를 앓던 설 감독에게 배동현의 쾌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선발 투수'라는 이름표를 당당히 달게 된 배동현. 2026시즌, 영웅군단의 마운드에 새로운 '히어로'가 탄생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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