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답답했던 체증이 한 방에 뻥 뚫렸다. 개막 후 3경기 내내 침묵하며 팬들의 애를 태웠던 키움 히어로즈의 방망이가 마침내 미친 듯이 타올랐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설종진 감독의 데뷔 첫 승리이자, 3연패 수렁에 빠져있던 '영웅군단'의 자존심을 단숨에 되찾은 통쾌한 무력시위였다.
키움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장단 15안타를 몰아치는 화력쇼를 선보이며 11-2 대승을 거뒀다. 설종진 감독 부임 이후 거둔 귀중한 첫 승리이자, 팀을 짓누르던 개막 3연패의 악몽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사이다' 같은 한 판이었다.
올 시즌 키움 타선은 시작 전부터 물음표가 가득했다. 김혜성(LA 다저스)에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공백을 메워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이가 바로 이주형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부담감 탓이었을까. 이주형은 개막 후 3경기에서 13타수 2안타라는 극심한 빈타에 허덕였다. 지난해 타율 2할4푼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던 그는 올 시즌이 시작된 직후 팀의 3연패를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랬던 그가 이날 화력 시위의 선봉장이 됐다. 1회초 무사 2루 첫 타석부터 투혼이 빛났다. 자신의 파울 타구가 발목을 강타해 고통을 호소했지만, 간단한 응급처치 후 보란 듯이 143km 투심을 받아쳐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어진 추재현의 적시타 때는 통증을 참고 홈을 파고드는 집념까지 보였다.
이주형의 방망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5회초 우익선상 2루타로 달아나는 점수의 물꼬를 텄고, 9회초 2사 1, 3루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6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 완벽한 부활 찬가였다.
이주형뿐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트렌턴 브룩스가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밥상을 완벽하게 차렸고, 베테랑 안치홍 역시 2안타 2타점을 쓸어 담으며 클린업 트리오의 무게감을 증명했다.
키움의 방망이는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매섭게 돌아갔다. 특히 하위 타선의 화력 지원도 눈부셨다. 6번 타자 박찬혁이 3안타를 몰아치며 펄펄 날았고, 김건희와 어준서도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SSG 마운드를 맹폭했다.박찬혁도 3안타 경기를 완성했고, 김건희, 어준서 등 하위 타선까지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SSG 마운드를 맹폭했다.
9회초 마지막 정규 공격에서도 키움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브룩스의 땅볼 타점으로 1점을 보탠 뒤, 이주형이 승부에 완벽한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폭발시켰다. 안치홍까지 연속 타점 적시타를 더하며 전광판에 '11'이라는 숫자를 새겨 넣었다. 총 15개의 안타가 SSG 마운드를 쉴 새 없이 두들긴 결과였다.
특히 SSG가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일본인 베테랑 투수 타케다 쇼타를 철저하게 무너뜨린 타자들의 집중력이 압권이었다. 1회초 이주형과 추재현의 연속 적시타로 기선을 제압한 키움은, 타케다의 제구 난조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키움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에 멘탈이 흔들린 타케다는 무려 3개의 폭투를 남발했다.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주형이 다시 한번 우익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가자 안치홍이 적시타로 화답했고, 이 한 방은 결국 타케다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경기 전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이주형의 분발을 촉구했던 설종진 감독은 경기 후 "전체적으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찬스마다 집중력을 발휘해 점수를 만들었다"며 "1회 이주형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만들면서 초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경기 중반 이후에도 꾸준히 추가점을 뽑아내며 좋은 공격 흐름을 보여줬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꽉 막혔던 혈이 뚫린 영웅들의 진짜 2026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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