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맞는 순간 넘어간 줄 알았다. 동점이 되면 투수 누구를 올릴지 계산하고 있었는데…."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은 11일 잠실 LG전 9회초 2사 상황을 떠올리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3-4로 뒤진 9회초 2사 후, 김재환이 강하게 당긴 타구는 특유의 배트플립과 함께 잠실 외야 끝까지 뻗어 나갔다. 타자도, 투수 유영찬도, 심지어 이를 쫓던 야수들도 홈런을 직감한 타구. 하지만 공은 펜스 바로 앞에서 우익수 홍창기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었다.
비록 팀은 8회 역전패를 당하며 연패 수렁에 빠졌지만, 이날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김재환이었다.
김재환은 2-1로 앞선 7회초 1사 후 LG가 자랑하는 '영건' 우강훈을 상대로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5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우강훈의 151㎞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잡아당긴 한 방이었다. 발사각도 31도, 타구 속도 165㎞의 군더더기 없는 홈런포. SSG가 영입 당시 기대했던 '거포 김재환'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클러치 한방이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9회초 마지막 타석이었다.
8회 극적인 역전타 주인공이었던 LG 최고 중견수 박해민 조차 경기 후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잠실이 넓긴 넓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정도.
바로 김재환이 왜 18년간 정든 두산을 떠나 인천 SSG 랜더스필드를 선택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과거 두산과의 FA 계약 당시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이례적인 옵션을 통해 SSG로 이적(2년 최대 22억)했을 때, 두산 팬들은 그의 선택에 분노 섞인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거포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힘든 잠실구장을 벗어나, 타자 친화적인 문학(인천)을 홈으로 쓰고 싶어 했던 김재환의 포커스는 명확했다.
이날 9회초 담장 앞에서 잡힌 타구는 SSG랜더스필드였다면 담장을 충분히 넘었을 타구였다. 광활한 잠실 외야에 가로막혀 극적인 동점 홈런을 놓친 이 장면은 김재환의 인천행이 '돈'이 아닌 '구장'이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김재환은 14일부터 '친정' 두산 베어스와 '인천'에서 시즌 첫 3연전을 치른다.
그가 원한 타자친화적 홈구장에서 화끈한 홈런포로 팀의 5연패 탈출의 선봉에 설지 관심이 모아지는 '김재환 더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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